나의 군대생활 7

동기회고록

홈 > 참여마당 > 동기회고록
동기회고록

나의 군대생활 7

0 667


16. 코가 삐뚤어진 병사

  

벙커공사가 한창이던 8월 무더운 어느 여름날 점심 때, 갑자기 대대장님의 호출이 있어서 달려가 보니 한 병사가 쓰러져 있는데 코가 삐뚤어져 있는 것이었다질통을 지고 오르던 그 병사는 너무 졸립고 피곤했는지 잠깐 눈을 감고 걸었고 순간 미끄러지며 넘어졌다는데 의식은 멀쩡하고 다친 곳도 손과 발, 엉덩이 타박상 말고는 없어 보이는데 코가 부러졌는지 심하게 삐뚤어지고 숨쉬기도 힘들다는 것이었다소대장, 중대장의 질책과 관심에 그 병사는 겁에 질려 자초지종을 설명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그 당시에는 부대장이 아무리 부대지휘를 잘 해도 안전사고가 나면 지휘관은 당장 진급에 영향을 받게되어 있는 때라 사건 사고는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

 

걱정스럽게 병사를 바라보던 대대장님은 상부에 보고가 올라가는 일이 두려웠는지 나에게 조용이 자신이 치료비를 댈 터이니 어디 가까운 민간병원에 가서 치료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셨다. 그렇지만 나는 그냥 춘천후송병원에도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 은밀히 그리로 데리고 가보겠다고 말씀드리고 그를 앰블런스에 태우고 화천댐 위의 아슬아슬한 절벽길을 두시간 넘게 전속력으로 달려 춘천으로 갔다그리고 춘천 101 야전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하여 정식으로 입원이나 외래진료를 신청하는 대신 약제과장을 하던 장현태 동기를 찾아 갔고 그의 도움으로 그와 함께 병사를 데리고 비공식적인 외래진료로 이비인후과로 갔다.

 

반사경을 쓴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의료용 플래시의 불빛으로 그 병사의 코 속을 한참 유심히 들여다 보더니 콧속에 무엇인가가 박혀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핀셋을 코속으로 집어넣어 한참 동안 노력한 끝에 무엇인가를 조심스레 제거하였는데 그의 콧속에서 나온 것은 부러진, 뾰족한 작은 나무 가지였다. 그리고 나서 소독을 하고 코를 바로 잡으니 그의 코는 완전하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멀쩡하여졌다다행이 코 연골이 주저 앉거나 부러진 것은 아니어서 콧속의 상처 부위에 연고를 발라주고 항생제 처방을 받아 그날 저녁 늦게 그 병사를 데리고 대대 공사장으로 복귀하였는데, 대대장님은 그 이야기를 들으시고 내게 수고하였다고 안도하시며 매우 감사하시는 것이었다

 

다음날, 대대장님께서 전령을 통하여 나를 부르셔서 가보니, 대대장님과 함께 식사를 하도록 특별한 아침상이 겸상으로 차려져 있었다나는 그동안 통신소대장과 함께 구박을 받다가 갑자기 이 사건으로 인하여 대대장님의 특별 대우를 받게 되었고 내가 대대를 떠날 때까지 잠시 동안이나마, 수시로, 한쪽 구석에 있던 독립된 텐트에서 늘 홀로 식사를 하시던 외로운 대대장 님의 말 동무가 되곤하였다.

 

17. 전라도병사들의 단합

  

나는 군대에 갈 때까지 전라도 사람들 어쩌고 하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내 주위에서 대학 친구들, 순천 출신 조용한이나 아버지의 고향이 고흥인 김상철 등 친구들로 부터 과분한 우정을 경험하였기에  전혀 편견이 전혀 없었다그런데 3대대 의무대에 도착하니 병사도 몇 되지 않는데 유치수 병장이라는 사병을 중심으로 전라도 병사들이 똘똘 뭉쳐 그쪽의 신병이 오면  잘 대해 주고 따로 불러 술을 사주는 등 특혜를 주는가 하면 다른 사병들과 다툼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과보호해주는 일을 자주 보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좋게 볼 수도 있었지만, 예를 들어 경상도 출신 상병이 전라도 출신 일병이 무엇을 잘못하여  야단을 치면 바로 전라도 출신 병장이  경상도 출신 상병을 다시 야단치는 일이 생기고 그래서 갈등이 고조되곤 하였다. 그래서 이런 것을 없애 보려고 나름대로 노력해보았지만 그럴수록 역효과가 나고 힘이 들었다. 나는 지금도 지역감정같은 이런 것들은 우리가 없애야 할 폐단이 아닌가 생각한다

 

18. 소대, 중대, 대대 ATT 훈련 (Army Training Test)

  

벙커공사가 끝나고 대대가 부대로 복귀한 뒤에 곧바로 중대대대 전투능력 측정이 차례로 시작되었다. 이는 지휘관의 부대 지휘 능력을 측정하여 평가하는 것으로  지휘관들에게는 진급과 바로 연결되는매우 중요한 훈련 측정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측정의 기준은 예를 들면 전 중대원이 완전군장을 하고 구보로 10킬로미터를 50 분안에 들어와야 한다거나 전 중대원의 사격은 80% 이상을 받아야 한다거나 하는 것 등인데 단 한명의 낙오자가 있어서도 안되고 중대의 기록은 가장 나중에 들어오는 마지막 병사의 성적이 중대 전체의 성적이 되므로 소대장이나, 중대장은 사병들을 열심히 훈련시켜 낙오병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언제나 낙오자가 있기 마련이므로 소대장은 자신의 총과 군장 외에 낙오한 사병의 총과 배낭을 대신 짊어지고 그 낙오병을 질질 끌다시피 이끌며 함께 달리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보병 소대장 동기들의 뛰어난 체력, 위대한 희생정신과 리더쉽을 이때 다 본 것 같다지금 생각해도 그들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중대, 대대 ATT 측정시 의무대의 임무는 미안하게도, 앰블런스를 타고, 완전군장을 하고 총을 들고 구보하는 보병 중대 또는 대대의 병력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가면서 낙오병이 생기면 그들을 앰블런스에 태우고 응급처치하는 것이 주임무였다. 나도 앰블런스를 선임탑승하고 대대 병력의 뒤를 따라 가는데 병사들에게는 뛰기 전에 전해질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해 억지로 소금을 한 수저씩 먹여도 구보를 하다 지치고 힘이 들어 길바닥에 누워 토하는 사, delirium :섬망(譫妄)( '헛소리 섬, 망령될 망'이라는 뜻의 한자로. 부교감신경의 과다 흥분으로 매우 갑작스럽게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정신 착란 상태) 이 오면서 갑자기 벼이삭이 패기 시작하는 논두렁으로 뛰어들어가 춤을 추면서 남의 논을 망치거나 쉐도우 박싱 자세를 취하고 달려들거나 울거나 고성방가하는 사병들이 생겨 그들을  진정시키고 부축하여 차에 태우느라 애를 먹었다

 

어쨋든 보병 대대는 봄부터 소대, 중대, 대대 별로 훈련준비를 하고 측정을 받느라 초가을까지 매우 바빴었다.

  
0 Comments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9

댓글 0 | 조회 877
37. 17기 후배, 교육장교 김재성 나는제대 후 몇 년 만에 내가 근무했던102 야전병원으로예비군 동원훈련을 하러 간 적이 있었다.이때에 훈련을 마친 후 하루를 더 머물렀고아직 그곳에서 근무하던 옛 동료들도 만나고…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8

댓글 0 | 조회 777
34. 검사와 병사 군단에도검찰관이 한사람 있었는데K 검사라고 나의 고등학교 1년 선배였다. 군대이지만 고등학교 선배들을 나는 형이라고불렀는데 그 형은 매우 샤프하고 똑똑한 분이었다.그 당시, 소위 말하는 고등고시는…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7

댓글 0 | 조회 793
33.낙동강 오리알과 사마리아인 어느토요일 점심시간 퇴근할 무렵,야전 병원 안의 한쪽에 자리 잡고 있던창(倉: 군대에서의약품을 보관하고 예하의 하급부대에 의약품을 배급하는 기관, 창고)에 들렀는데 전방 사단 의무대에…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6

댓글 0 | 조회 772
32. 내 새 군화를 신고 휴가 간 약제병 어느날약제병 천상병이 휴가를 나갔다.그런데 내가 분창에서 쿠폰을 주고 사다가닦아서 약제과 사무실,내 책상 밑에 잘 모셔 놓았던, 나는 개시도 안한 새 군화가 없어졌다. (이…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5

댓글 0 | 조회 903
30. 간호장교와 포경수술 국군간호 사관학교출신의 간호장교들은 대부분 남자 사병들을 능숙하게 다룰 정도로 기가 세고 거친 편이었으나 수술실의 수술 보조 간호사인 (보통 수술하는 집도의 의사 곁에서 의료기기를집어주거나…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4

댓글 0 | 조회 754
29. 한밤중에 플래쉬 라이트로 물고기 잡은 이야기 그때진료부장이었던 내과 군의관 모모소령은 조금은 엉뚱하고도 재미있는 특이한 분이셨다. 예를 들면, 처방 조제로 한참 바쁜 어느날 아침 나절에 진료부장님이 급한 일로…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3

댓글 0 | 조회 766
27. 전임 약제과장에 관한 소문 내가부임했을 당시 나보다 한참 전에 봉직했던 전임 약제과장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문으로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었다. 그분은 모 대학 약대룰 졸업하신 ROTC 출신이었다는데 무슨 이유에서…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2

댓글 0 | 조회 777
26. 3군단, 102야전병원으로 전출 1978년 해가 바뀌고 중위로 진급하면서 3군단 본부로 발령이 났다. 나는 이 때에도 정든 사람들과 헤어지는것이 섭섭하여 밤 늦게까지 회식을 하고 다음 날 하루 늦게 출발하여 …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1

댓글 0 | 조회 744
25. ROTC 단복과 휴가 내가연대에서 사단으로 복귀명령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6개월 이상이 지나갔다. 연대에서 보직이 없는 상태가 계속되면서, (의무중대장 군의관 육순황 대위님이야물론, 내가 의무중대에 있거나말거나…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10

댓글 0 | 조회 658
24.연대 지휘 능력 측정 훈련 RCT (RegimentCombat Training) 과 삼국지 대대측정도끝나고 11월 말 12월초가 되자 전방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훈련겸 측정…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9

댓글 0 | 조회 642
22. 군대에서 쥐약 먹은 이야기 50연대 의무중대에서 근무하던 어느날, 사병들이 덥다고 오렌지 주스를 타 먹고있었다. 그러면서 같이 근무하던, 식품 영양학 전공의 초급대학을 졸업하고가업인 소규모의 식품공장을 이어받…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8

댓글 0 | 조회 692
19. 포사격 측정에 관한 전설 지난번포사령부 군의관 윤중위님으로 부터 들은 이야기.포병대대에 12기 인가 전설적인 ROTC 선배가한사람 있었다는데 사단에서 포대 대항 포사격 측정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보통 산너머… 더보기
Now

현재 나의 군대생활 7

댓글 0 | 조회 668
16. 코가 삐뚤어진 병사 벙커공사가한창이던8월 무더운 어느 여름날 점심 때, 갑자기 대대장님의 호출이 있어서 달려가보니 한 병사가 쓰러져 있는데 코가 삐뚤어져 있는 것이었다.질통을 지고 오르던 그 병사는 너무졸립고…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6

댓글 0 | 조회 745
13. 한 밤중에 완전군장으로 산꼭대기까지 달려가다. 내가 의무지대장으로 취임한지 두 주일도 안되어 대대 전체가 훈련 및 벙커 진지공사를 나가게 되었다. 사정을 잘 모르는 나는 의무대 선임하사에게 모든 일을 의지하여…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5

댓글 0 | 조회 746
11. 무서운 대대장님과 꼴통 군의관 고백하건대, 지금 생각하면 나는 내가 걱정했던대로 정말 군기가 빠진, 장교 자격이 의심되는 어리숙한 군인이었던 것 같다. 대대에 도착하여 얼마 안된 며칠 후, 비오큐에서 내려오다…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4

댓글 0 | 조회 900
8. 15 사단 50연대 3대대 의무지대장 (군의관) 으로 전출 사단 의무근무대는 별로 할 일도 없어 돌아가며 당직 서는 것 외에는 부대 밖에 나가서 삼시세끼 뜨거운 밥 먹을 먹거나 드물게 수의장교가 얻어오는 고기를…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3

댓글 0 | 조회 759
5. 15 사단 의무근무대 1977년 6월, 대구의 군의학교에서 4개월 간의 의정병과 전문교육을 수료하고 자대에 배치되었다. 하루 전날밤, 각각 어느 부대로 배치되었다는 소문이 퍼졌고 전방에 배치된다는 소식을 들은 …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생활 2

댓글 0 | 조회 717
4. 군대에서 홀딱 벗고 뛴 이야기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붉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이건 실제로 군의학교 시절에 일어났던, 내가 죽을 때까지 모자 속에 감추어 두었어야할 나의 흑역사의 한 부분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다 … 더보기
Hot

인기 나의 군대 생활 1. 국군군의학교시절

댓글 0 | 조회 838
나의 군대생활 1. 국군군의학교시절, 한 방의 동기들 1977년 3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육군 소위로 임관한 후 대구 군의학교에서 16 주간 병과교육을 받았다. 그 당시 우리는 소위 계급장은 달았지만 아직 병과 교… 더보기
Hot

인기 그때 그 시절 5

댓글 0 | 조회 700
14. 장기자랑에 능한 관동대학 동기들 훈련의 마지막 주가 되자 쉬는 시간에는 오락도 허락하고 장기 자랑을 하는 시간들이 주어졌는데 숫자가 가장 많은 서울대학교 동기들은 모두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가만히 앉아만 있었… 더보기
카테고리
Banner
  • 글이 없습니다.
최근통계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