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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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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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음대 여학생들과 미팅

 

3학년 때에 또 한가지 에피소드로는, 그때 우리는 음대 ROTC 친구들을 졸라서 음악대학 여학생들과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에 김극범 동기의 파트너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둘째 딸, 서울음대 작곡과 학생이던 박근영 양이 나왔었다. 극범이는 물론 우리 모두는 그녀가 대통령 딸인지도 모르고 미팅을 했고 극범이도 수상한 사람들이 계속 뒤에서 감시를 하는 통에 제대로 이야기도 못하고 에프터 미팅 약속도 못하고 헤어졌다고 한다. 그러다 나중에 음대생들로부터 그 사실을 전해 듣고는 우리는 모두 기절할 만큼 놀라고 아연실색 하였던 기억이 있다.


6.  3학년 여름,  1년차 입영훈련

 

3학년 때 우리는 긴급조치 9호 반대 데모 등으로 방학이 늦어져 8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2차로 서울대학생들만 대구 50사단으로 야영훈련을 갔다. 군기가 바짝들어서 긴장의 연속이었던 입영 첫주에 선착순을 하며 달리는데 비교적 앞에서 열심히 달리던 나는 누군가의 발에 걸려서 온 몸이 공중에 붕 뜨면서 땅바닥에 정통으로 나가떨어졌다. 


다행이 머리는 다치지 않았으나 이 때문에 뾰족한 돌멩이에 바지가 찢어지고 피가 철철 흐르면서 무릎에 깊고 큰 상처가 났다. 그 당시에는 감히 의무대에 간다는 말을 꺼내지도 못하였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못하여 상처가 덧나고 감염이 되어 한 달 내내 고생하였다. 다행이 나의 고등학교 동창이며 상과대학생이었던 허일섭 동기가 흉터가 남지 않는 파상겔 인가 무슨 연고를 빌려주어 매일 그것을 바르고 간신히 견디었다.


45년이 지난 지금도 내 왼쪽 무릎 정강이에는 그 때의 상처가 훈장처럼 큰 흉터로 남아있다. 그와 관련한 재미있는 기억은 그 당시 우리는 저녁마다 식사 후, 집에서 부쳐온 위문편지를 전달 받았는데 구대장은 편지를 한 아름 들고 내무반에 들어와서는 이름을 불러가며 한통씩 편지를 나누어 주었고, 한창 열애 중이던 그는 “허일섭, 또 허일섭..” 하면서 이름이 불려져, 남들은 한 통도 못받는 연애편지를 하루에도 몇 통씩 받아서 그의 이름이 불리워질 때마다 “와,  와” 하며 모든 동기들이 그를 부러워하였었다. 그는 나중에 미국의 텍사스대학에서 경영학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후에 녹십자의 회장님이 되었다.


7.  자체 점호와 군화 수입 불량


훈련 2주차가 되자 후보생인 우리에게 스스로 자체 점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따라서 야간 점호시간에 구대장 대신 우리 동급생들이 들어와 점호를 하기 시작했다. 그 첫날 저녁, 나는 특별히 정성들여 군화를 열심히 광을 내어 닦았는데 점호를 들어온 문리대의 동급생이 나의 군화를 내려다 보더니 아주 큰 소리로 나의 군화가 ‘수입 불량’이라고 소리치고는 나에게 복창하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정성들여 정말 열심히 닦았는데 지적을 당하자 그가 잘 보지도 않고 공연히 트집을 잡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그에게 이게 왜 불량이냐고 항의를 하였고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 졌다.

 

점호가 끝나고 당시 S1 임은기 와 S3 조성상, 그리고 나에게 수입 불량을 외친 노규형 동기가 찾아와 나를 밖으로 불러내었다. 임은기는 나와 고등학교 동창으로 그는 수학에 관한 한 못 푸는 문제가 없어 항상 만점을 맞던 귀재이어서 문리대 수학과를 다녔는데 언제나 말없이 동기들의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고 우리를 위하여  헌신적으로 봉사하던 친구였다. 그리고 은기의 말을 듣고 보니 상과대학의 조성상 형과 문리대 심리학과의 노규형 형은 경기고등학교 68회 졸업생들로 나의 1년 직속 선배들이었다. 노선배는 우리가 하는 첫날 점호이므로 밖에서 지키고 서 있는 구대장 및 감독관이 들으라고 과장하여 일부러 크게 소리를 친 것이라고 설명을 하였고, 그 말을 듣고 보니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아 미안해져서 나는 오해를 풀고 사과하였다.

 

노규형 선배는 나중에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한국 최초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 리서치 앤 리서치 (R&R) 를 세웠다고 들었다. 조성상 형은 소식을 몰랐는데, 이번에 주소록을 보니 시집간 우리 딸이 살고 있는 LA 의 바로 옆 동네에 살고 있네! 지난해  LA 에 갔을때 성상이형을 만나 실로 45년만에 반갑게 해후하였고 형네 집에까지 가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신세를 지고 왔다. 임은기 군은 나중에 과학원을 나와 금오공대 교수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늘 나의 큰 형님처럼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나를 뒤에서 말없이 도와주고 돌보아주었는데 내가 캐나다로 올 때에도 공항까지 배웅을 와 주었고 내가 당황하여 허둥지둥, 가방속 에 넣어 두었던 병역수첩을 찾지 못해 출국이 지연될 때, 출입국관리관에게 자신의 병역수첩을 대신 맡기며 보증을 서겠다고 하여 나를 출국시켜준 정말 의리 있는 친구이다.


8.  훈련기간 중의 구타사건

 

또 한가지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로는 약대의 우리 동기, 김xx 군이 구대장에게 엄청나게 맞은 사건이다. 그는 모든 일에 나서서 솔선수범하는 적극적인 성격의 친구였는데 야영을 들어가서도 자진해서 우리 내무반의 리더를 맡아 쉴새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중대본부와 구대장과 우리들 사이를 연락하고 다녔다. 어찌보면 훈련기간 중의 군대는 극한상황 중에도 가장 긴박한 상황이어서 자기 자신 한 몸 만을 건사하기도 힘이 부치는데 남을 위하여 봉사한다는 것은 정말 보통의 희생정신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던 그 임무를 자진해서 짊어졌던 것이었다.

 

그런데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가 구대장님의 전달사항을 제 시간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사소한 이유로 전 내무반원들이 보는 앞에서 흠씬 두들겨 맞는 일이 벌어졌다. 그 때에 그는 웃통을 벗고 있었는데 구대장이 욕을 퍼부우며 손바닥으로 그의 맨 가슴을 쉴새 없이 반복해서 때렸고 그는 맞고 땅바닥에 넘어지면 오뚜기처럼 벌떡 일어나 다시 차렷자세를 취하고 큰 소리로  "시정하겠습니다!” 를 외쳤다. 구대장은 그런 그를 때리고 또 때려 계속해서 땅 바닥에 쓰러뜨렸다. 내무반 입구에서부터 맞기 시작한 그가 내무반 맨 끝에까지 오도록, 벗은 가슴에 시뻘건 손자국이 수없이 날 때까지 그는 매를 맞았고 우리는 마치 우리가 맞는 느낌이어서 숨도 쉬지 못하고 눈물을 참으며 그가 매를 맞는 모습을 구경만 해야했다.

 

아무리 훈련기간이었지만 별다른 이유도 없이 그 때에는 왜 그렇게 무식하게 사람을 때렸는지, 지금 생각해도 그 야비함과 졸렬함에 정말 기가 차고 화가 난다.  김군은 그후 자신이 독자이어서 현역이 아니고 방위병으로 근무할 수 있게되었다면서 4학년에 올라가기 얼마 전에 ROTC 를 그만 두었다. 문득 그 트라우마가 상처가 된 것은 아닌지 하고 생각해 본다. 그는 대학졸업 후 의약품 수출입업을 하는 회사를 차리고 성공하여 국제적인 비지니스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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