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제5-1탄 : 언어와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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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제5-1탄 : 언어와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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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교민 중에서 홍콩중문대학교의 언어원(Chinese Language Center)에 만다린 2년 Full Time 코스를 같이 다닌 부부는 본인 부부가 최초였다. 1986년부터 시작한 교육과정은 주 5일에 매일 3시간씩의 집중(Intensive)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에서 해외에 파견되어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를 거쳐서 홍콩에 근무를 시작하며 중화권에서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해나가기 위해서 중국어는 필수적인 언어였다.


3695730634_bIQisALa_5017b0a7b94a78efe279a719eee70a43a371595a.png교수님을 모시고 여덟 명의 급우들이 등산하는 모습. (왼쪽 두 번째 김운영 회장, 왼쪽 네 번째 정도경 대표, 왼쪽 다섯 번째 교수님)

아내의 커리어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결혼 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이 남아 있을 때라 높은 학비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지만, 아내의 학비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본인의 월급을 사용하여 부부가 같이 다녔던 것이다.


아내는 외국에서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언어습득이 급선무라고 판단했지만 현지어인 광둥어보다는 표준어인 만다린(普通話)이 장기적으로는 더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일찌감치 예견하였다.


그 당시 학비가 상당히 비싼 편이었지만 수료 후에는 중국어를 유연하게 구사하고 신문과 방송의 내용들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기에 중국인과의 모든 비즈니스가 가능케 되었으니 본인과 아내에게는 너무나 좋은 언어교육 과정이었다.

 

3695730634_8jy5THsJ_74b2d0070cd311f1c6ba710c56d535bd0f1259e3.png2013년 중문대 언어원 50주년 기념 교수진들과 함께. (왼쪽 상단 두 번째 김운영 회장, 오른쪽 하단 두 번째 정도경 대표)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 당시에는 모든 Class의 학생 수가 8명 이하로 모집되어 강사와 학생의 언어 실습 시 집중적인 일대일 교육이 가능하였다. 강사구성도 대만, 중국 본토의 여러 지방 출신의 교수진이 골고루 배치되어 있어서 발음 및 억양 등을 모두 다양하게 알아들을 수 있게 하였다. 교수법도 독특하여 매일 교수진이 바뀌어서 일주일에 다섯 분의 선생님에게서 각각 다른 특성의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학생들이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 도저히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과정이었고, 집에서 많은 시간을 들여서 과제를 해야 했다. 특히 한자 쓰기와 발음 교육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였다.


수업과목도 저학년의 기본적인 일상 회화뿐만 아니라 고학년에 이르면 중국인의 풍속 습관들을 배우고, 신문 사설을 읽고, TV 뉴스 내용을 녹음하여 듣기 훈련을 철저하게 하는 등 전면적인 교육과정이었다. 


또한 빈번한 테스트로 한 학급에 학생 수가 너무 적다 보니 열심히 하지 않으면 대망신(?)을 당하기 일쑤였다.


한국의 대학에서 중문학을 전공한 후 고학년에 입학한 학생 중에는 말하기와 듣기 실력이 많이 뒤떨어져서 저학년부터 다시 시작한 케이스도 있었다.

  

3695730634_6by8AsBO_b8e8d2c3c414f4cdac54420e2956578d7081bff3.png중문대 재학 시절 둘째 광범을 임신하던 중 딸 보람과 함께 캠퍼스에서 정도경 대표

우리 부부의 경우에는 18개월 된 어린 딸아이를 동네의 홍콩인 탁아소에 이른 아침부터 맡기고 떠날 때가 가장 마음 아픈 시간이었다. 지인들로부터 모성애가 부족하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학업을 강행했던 아내는 딸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부모와 떨어지면서 울고 있던 아이를 두고 갈 수 없어서 탁아소 대문 앞에서 항상 기다리다 울음소리가 끝나면 학교로 향했던 순간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또한 회사의 거래선과 저녁 식사 후 늦게 약주 한잔을 한 후에 밀린 숙제를 새벽 3, 4시까지 해야 했던 것이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직장과 가정, 학교의 모든 일을 병행하는 것이 군대 생활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생생히 체험하였다.

 

3695730634_k5xYUQeD_a6644a6d9626a663befc812aed337cf00cafe790.png36년 전 종강 파티에서 딸 보람을 안고 있는 정도경 대표 그리고 딸을 따뜻이 바라보며 손을 잡은 김운영 회장

흔히들 부부끼리는 운전을 서로 배우지 말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부부가 한 반에서 같이 공부하면서 서로의 약점이 여지없이 상대방에게 노출되고 미처 알지 못했던 치명적인 단점으로 인하여 잘못하면 부부가 서로 헤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 부부의 경우는 아내가 그토록 원했던 공부를 같이하면서 오히려 사이가 좋아졌던 느낌이 오래도록 남아있다.

 

중국어 문장 한 페이지를 무조건 외워서 급우들과 선생님 앞에서 낭송해야 하는 빼이수(背書)라는 숙제가 있었다. 본인은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였기에 학교 수업 후 직장에 돌아가면 일에 열중하느라 문장을 외울 시간도 없어서 다음날 학교에 가면 여지없이 창피를 당하고 결국 학업이 뒤떨어진 학생으로 취급받기도 하였다. 한편 아내는 Pin Yin(拼音)이라는 모든 한자의 발음을 알파벳으로 만든 것을 정확히 암기해야 하는 것을 본인에 비해 훨씬 잘했다. 예습과 복습 시간이 비교적 많았던 아내는 남편보다 학습 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자로 문장을 쓰거나 비즈니스와 관련된 중국어 또는 신문과 방송에 나오는 시사 관련 뉴스는 본인이 약간 나았기 때문에 서로의 단점을 인정하고 존중해주었다. 상대의 약점을 인정해주고 옆에 앉아서 서로 숙제도 도와주며 미래를 같이 꿈꾸다 보니 인생 초년에 CC (Campus Couple)의 즐거움을 함께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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