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2] 3탄- 삼성그룹 입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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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2] 3탄- 삼성그룹 입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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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무슨 직장 입사 면접시험에 관상쟁이가 관상을 본다고??


육군 중위로 보병 1사단 사령부에서 경비소대장으로 제대를 몇 개월 앞두고 있었던 1979년 어느 봄날 삼성 비서실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ROTC 선배들 몇 분이 예고도 없이 나와의 특별면담을 위하여 전방부대를 방문하였다. 용건은 이번 삼성그룹 공채시험에 꼭 응시하여 같이 근무해보자는 내용이었다. 사실 나의 경우는 군 복무를 마치고 TOEFL 시험과 자격요건을 갖추어 모교인 중앙대와 자매결연 대학인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 장학금을 받는 유학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제대도 몇 개월 남았고 유학 준비에 대한 시간도 많이 남아있었던 터라 선배들의 권유에 따라서 경험 삼아 시험을 보기로 했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은 시중에 떠돌던 이병철 회장과 관상쟁이가 면접관으로 참석하여 관상을 본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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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영 회장의 삼성 입사시험 수험표


막상 삼성 입사시험 당일 면접 중에는 소문에 이야기가 나돌던 관상쟁이는 온데간데 없고 신문지상에서나 가끔 보아왔던 이병철 회장이 중간에 앉아서 일일이 금테안경 너머로 수험생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우리 조 4명이 나란히 앉아서 사장단의 질문에 돌아가며 열심히 답하고 있을 때 의외로 나에게만 특별히 이 회장이 "삼성에 입사한다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냐?"는 지극히 간단한 질문을 하셨다. 물론 나는 무척 긴장했지만 ROTC 장교답게 평소의 생각을 비교적 자신 있게 말하였다. 면접 후 수험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더욱 확실히 알게 된 사실은 이병철 회장 좌우에 그룹사 사장들만 앉아 있었고, 면접시험 현장에서 관상쟁이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문에 나오는 관상쟁이(fortune teller)가 다름 아닌 이병철 회장이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같이 면접시험을 봤던 4명 중에서 나만 합격하게 되었다. 

 

드디어 나는 세계 최고의 관상쟁이(?)가 선택한 삼성그룹의 일원이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유학을 계획했고 경험 삼아 입사시험을 봤기 때문에 합격 통보를 받고서도 망설이고 있을 때,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유학을 포기하고 한국 일류기업인 삼성그룹에 입사할 것을 아버지께서 강력히 종용하셨다.

 

공채 20기 입사시험 합격 통보 후에 삼성의 정식 사원이 되기 위해서는 삼성 비서실 인사팀에서 주관하는 약 한 달간의 신입사원 교육을 용인 호암연수원에서 받는 것이 필수코스였다. 특히 마지막 한주는 전국에 흩어져 있었던 삼성의 주요 사업장을 돌아가며 방문하면서 그룹 전체의 회사 제품들을 이해하고 삼성맨으로서 세계시장에 삼성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추는 귀중한 교육 기간이었다. 신입사원들이 장래에 본인의 적성에 맞는 회사를 마음속으로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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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합섬 원료사업부 직원 단합대회 (뒷줄 정중앙 갈색 상의 삼성맨 시절의 김운영 회장)


삼성의 주요 자회사 중에서 제일제당을 시작으로 '신입견습사원 공장견학'을 시작하였다. 수원의 삼성전자 공장에서는 당시에 선진기술의 하나였던 컬러TV 생산라인을 견학하였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산을 상상치도 못했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그룹에서 제일 중요한 섬유 선진기술업체인 제일합섬 구미공장의 2박 3일간의 견학은 나의 인생 진로를 바꾸어 놓았다. 기술 관련 직원들과 현장에서 열심히 새벽 2시까지 견습하던 나는 현장 순시 중이던 한형수 구미 공장장(상무)과 우연히 대면하게 되었다. 조장으로서 공장업무개선 브리핑을 한 나를 모든 연수생 앞에서 칭찬해줬던 한형수 공장장이 그 후에 제일합섬에 필요한 사원이라고 비서실에 강력하게 추천하였다는 사실을 최종 회사배치 발표날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드디어 본래 제1지망이었던 삼성물산이 아닌 제일합섬 본사 원료 수출 과에 배치되어 삼성그룹 본관 동방빌딩에서 첫 번째 직장 근무를 시작하였다. 그 당시에는 세계주요국에 해외지사가 있었고 해외 근무 기회가 많았던 삼성물산이 신입사원들의 로망이었다. 하지만 공장견학 후 제조업에도 흥미를 느낀 나는 제일합섬 근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의 제일합섬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구미 공장장에서 본사 사업본부장으로 승진한 한형수 상무가 직속상관이 되어 가까이서 모시게 되었다. 입사 때부터 우연히 인연이 맺어진 상사가 든든한 후견인이 되었으니 나는 직장 상사 덕이 엄청나게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제일합섬 근무 중에 나는 단기간의 중요 프로젝트팀의 일원으로 차출되어 삼성그룹 비서실의 호출에 따라 인사팀, 경영기획팀 파견근무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다시 제일합섬에 복귀하였다. 파견근무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룹 차원의 선진경영기법을 평사원의 위치에서 어렴풋이나마 체험한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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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 수출과 여직원 및 영어 강사들과 함께 (뒷줄 정중앙 평사원 시절 김운영 회장)



43년이 지난 오늘 과거를 돌이켜보면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인재제일(人材第一)과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이 한국 최고의 기업을 단기간에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솔직히 그 당시 공장견학을 하면서 삼성이 언젠가는 전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었다.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에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

<다음호 4탄 [YOU ARE THE BEST ONE! 새로운 도전, 유원 건설]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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