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1926년, 한국의 전수린 작곡의 <고요한 장안>은 가수 이애리수에 의해 막간극의 노래로 불리면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 <고요한 장안(일본명, "원정”)>은 1932년도에 일본에서 발표하게 되는데, 이때 일본 박문관(博文館)에서 출판하는 잡지 『신청년』에서 1931년도에 발표된 ‘고가 마사오’의 <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酒は 淚か溜息か)>가 전수린의 <고요한 장안(원정)>을 표절했다는 기사가 보도된다.
만약에 일본의 음악 평론가들이 말한 것처럼 고가 마사오가 전수린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한국의 트로트가 엔카의 아류라는 사실은 성립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국의 트로트가 일본의 엔카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가 된다. 그래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필자는 <고요한 장안>과 <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의 악보를 비교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지금부터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 16회’의 악보를 옆에 놓고 필자와 함께 두 곡을 비교해 보면 좋겠다.
두 곡의 악보를 비교할 때 음악적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음악 전공자가 아니면 다소 어려운 점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의 엔카와 한국의 트로트에 대한 음악적 연관성, 그리고 한국의 트로트가 음악적으로 왜곡되어 오늘에 이른 점 등을 생각하면 두 곡과 관련한 악보의 비교는 마지막으로 반드시 겪어야 하는 부득이한 과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애독자의 양해를 바란다.
악보의 1은 <고요한 장안>이고, 2는 <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이다. 위의 악보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1) <고요한 장안>은 Motive가 정확히 2마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는 4마디 구조를 취하고 있다. (2) <고요한 장안>은 V 화음이 자연단음계로 되어 있다. <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는 화성단음계를 사용하고 있다. 즉, 속 7화음을 사용하고 있다. (3) 코드의 사용과 진행이 대체로 두 곡 모두 비슷하다. (4) 1번 마디, 3번 마디, 15번 마디는 악보의 리듬 패턴이 비슷하다. 그러나 20번 마디, 21번 마디는 리듬 패턴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으며 화성 또한 동일하다. (5) 1 <고요한 장안>의 24번 마디 셋째 박부터 25번 끝마디와 2 <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의 23, 24, 25번 끝마디의 선율과 리듬이 모두 같다. (6) 리듬은 어김없이 두 곡 모두 ‘뽕짝 리듬’이다
위의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전수린은 자연단음계를 사용하여 국악적 즉, 민족음악적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작곡하였다. 고가 마사오는 코드 사용과 진행에 있어서 전수린과 흡사하다. 다만, 속 7화음(화성단음계)을 사용함으로써 서양음악적 느낌이 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리듬 패턴이 8개의 마디가 비슷하거나 같은 것으로 보아 표절이라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으며, 화성의 진행으로 보아 듣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비슷한 음악으로도 들릴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고요한 장안>의 24번 마디 셋째 박부터 25번 끝마디와 2 <술은 눈물인가 한숨인가>의 23, 24, 25번 끝마디의 선율과 리듬이 모두 같은 것으로 보아 고가 마사오가 전수린을 표절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