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 1 8.02.28 03:05
육군 15사단 명예사단장 위촉된 이충희 패션업체 듀오 대표
아들 부대서 강의하며 軍과 인연… 100여 곳서 강연·기부·문화 지원
"평화 지키는 軍의 버팀목 되겠다"
지난 6일 오전 11시 강원 화천군 육군 제15보병사단 사령부. 화천과 철원 지역 철책을 지키는 이 부대 사령부 본부에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행진곡이 경쾌하게 흘러나왔다. 예도대(칼로 예를 표하는 군인)가 높이 치켜든 칼 사이로 등장한 사람은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에트로(ETRO)를 수입·판매하는 듀오의 이충희(63) 대표. 그는 2001년부터 군부대 강연과 문화 행사 개최, 기부를 실천해 온 공로로 이날 15사단 명예사단장에 위촉됐다. 국내 유일의 민간인 명예사단장이다.
이충희 듀오 대표가 지난 6일 강원도 화천 육군 15사단 사령부 본부에서 명예사단장 기념패를 받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동
전동진 15사단장(소장)은 위촉식에서 "군(軍)에 대한 이 대표의 봉사에 감사를 표하고 우리 부대와 더 밀접한 관계를 맺어 나가자는 의미로 임기 2년의 명예사단장으로 위촉했다"고 말했다. 사단 지휘봉을 받아 쥔 이 대표는 "학군단(ROTC 15기) 소위로 임관한 지 40년 만에 진급하게 됐다"며 "영광스러운 기회를 주신 육군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군부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군에 간 아들이 '아버지가 강의를 하면 2박3일 특별 휴가를 보내준다'고 해서 첫 강연을 했다"며 "18年째 100여 곳의 부대를 찾아 자기계발과 리더십 등에 관한 이야기를 장병들에게 들려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방 부대를 오가려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며 "중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를 이어 교단에 서려던 어릴 적 꿈을 다시 펼치고 있다"고 했다. 강연료는 고스란히 부대로 돌려줬다. 오히려 부대를 찾을 때마다 필요한 전자제품을 사주기도 했다.
그는 2014년 3월 15사단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2000여만원을 들여 아령, 역기 등 부대 내 체력 단련 시설을 지원했다. 이듬해에는 부대 내 복지회관에 병영(兵營) 갤러리를 만들어 서울 청담동 듀오 본사 건물 내 백운갤러리 소장 미술품 500여 점 중 35점을 이전해 전시했다. 매년 군부대 가족 300여 명을 초청해 오페라 관람도 지원한다.
"군이 없으면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도 군에 대한 존경이나 관심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하죠. 내 자식을 군대에 보냈을 때나 안보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반짝 관심을 가져선 안 됩니다. 저부터 꾸준히 관심 갖자고 마음먹었죠."
이 대표는 "군 장병과 가족을 위한 오페라 공연이나 클래식 음악회를 더 자주 열고, 언제나 우리 군을 아끼고 후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명품 업계에서도 '기부왕'으로 통한다. 풍문여중 교장을 지낸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2002년 설립한 백운장학재단은 지난해까지 중·고교생과 대학생 1300여 명에게 장학금을 30억원 가까이 지원했다. 2010년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해 아너소사이어티(고액 기부자 모임) 회원이 됐다. 그는 "회사 사훈(社訓)이 감사와 나눔"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8/20180228000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