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밤입니다.
내가 장남이라 우리집에서 차례를 모십니다.
흩어진 형제들이 식구들을 끌고 춘천에 내려왔습니다.
겨우 어제 하룻밤 자고는 차례를 지내기 무섭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긴 아쉬우면서도 모두가 돌아간 뒤에 나나 집사람도 쉴 수 있어서
내심은 싫지 않기도 합니다마는 ----
설날도 이젠 예전같지 않습니다.
그만큼 살기가 팍팍하고 무언가 쫒기듯 바쁘기 때문일테죠.
그런 설날이면 문득 생각나는 시가 한 편있습니다.
각박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말자는 따뜻한 메세지가 담긴
김종길의 <설날 아침에>라는 시입니다.
찬찬히 읽어 보시고 금년 한 해
작지만 소중한 소망과 바람을 안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설날 아침에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
정신 없이 보내는게 명절인데
시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어서 좋습니다.
명절이 여유롭지 못하고 항상 바쁘게 보내는데 이글을 읽고 마음의 여유를 갖네요. 조주현교장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