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는 문화와 문명사적 테두리 안에서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를 들여다보며, 한류 문화가 미래를 향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염원하는데 그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한류’는 K-POP의 BTS는 물론, 오징어 게임 ‧ 기생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도 놀랄 정도로 세계인들이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영국의 BBC 방송에서는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최근 몇 년간 서구 전역에 만들어진 ‘한국 쓰나미’의 가장 최근 물결”이라고 보도했다. BBC는 한국 등 아시아의 정치 경제적 흐름에 따른 사회 분위기의 변화라고 짚었다.
BBC는 "1990년대 한국의 자유화 분위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큰 투자를 만들어냈고, 일본이 경기 침체로 고전하는 동안 중국이 부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국 문화도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아시아권에선 미국보다 한국이 만든 프로그램이 더 공감을 이끌어냈고, 중국 프로그램보다 정서적으로도 구미에 맞았다”라고 분석했다. 한국 드라마 팬인 영국 작가 테일러–디오르 럼블은 "세련되고 화려한 연출, 환상적인 내용으로 현실도피에 알맞았다.”라고 하면서 "특히 부채 ‧ 실업 등 경제적인 문제들은 팬데믹을 극복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라고 봤다.(국민일보 기사 참조)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하기를, 전 세계 5억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외국어 학습 애플리케이션 ‘듀오 링고’에서 ‘오징어 게임’ 방영 직후 한국어 학습자가 영국에서 2주 만에 76%, 미국에서는 40%나 늘었다고 했다. 현재 전 세계 듀오 링고 한국어 학습자는 8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택하는 외국의 대학들도 늘어나고 있다. 듀오링고 측은 이렇게 치솟는 한국어 학습 수요의 동력을 ‘한류’의 영향이라고 했다.
식민지와 전쟁을 겪으며 제기할 수 없는 폐허 속에서 세계 10위 경제권으로 우뚝 선 나라는 세계사적으로 볼 때 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이것을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작금의 한류도 ‘한강의 기적’의 토대 위해 형성된 한국인의 창의적 상상력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내외의 정치 상황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과연 한류는 꺾임 없이 지속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든다.
산업화는 늦었어도 정보화는 앞 당기자라는 국정철학은 우리나라를 현재의 정보화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하는데, 이를 성공시킴으로써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내고 한류를 지속시켜야 할 텐데 우리는 그것에 대한 준비는 하고 있는 것인지를 돌아보게 된다. 따라서 여러 정치 상황과 한반도의 지정학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인류 문명사를 되돌아보면, 새로운 길이 열릴 때 비로소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태유 글 참조) 인류 문명사의 ‘새로운 길’인 변곡점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겠다.
실크로드(Silk Road)가 처음 열린 것은 기원전 100년을 전후한 때이다. 동방의 비단, 도자기 같은 상품과 화약, 종이 등의 제조기술이 서역으로 갔고, 서역의 향신료인 후추와 호두, 깨 등과 유리제품 및 제조기술이 동방으로 들어왔다. 이때 실크로드 선상에 있는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 이슬람, 훈, 몽골, 중국 등의 고대문명이 번영하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동북아시아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인류 문명의 중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향신료길(Spice Route)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것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