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트로트라는 용어는 일본인 특유의 발음과 결합해 ‘도로토’로 불렸다. 한국도 트로트를 저마다 ‘도로토’ ‘트로트’ 등 서로 다르게 부르다가 1960년대 이후 트로트로 수정되어 하나의 장르로 굳어지게 되었다. 이 장르가 뽕짝이라는 별칭을 얻은 것도 이 무렵이다. 1960년대 중반 신문이나 잡지에서는 트로트와 뽕짝이라는 말이 혼용되었다. 뽕짝이라는 용어는 비칭(卑稱)의 성격이 강해서 점차 트로트라는 말로 대체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중들 사이에서 뽕짝은 살아 숨 쉬고 있다. 사실 ‘뽕짝’은 트로트의 리듬을 들리는 대로 표현된 말로서 비칭이라는 데는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비칭이라기보다는 애칭(愛稱)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트로트의 리듬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언급하고자 한다.
노래방 기구가 없던 시절에 우리 국악인들은 회식이나 모임 장소 등에서 소위 뽕짝인 유행가를 부를 때는 장고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곤 했다. 이때 반주 장단은 망설임도 없이 ‘동살풀이 장단’을 치며 흥을 북돋우었다. 여기에 뽕짝 노래는 어색하지 않게 아주 잘 어울렸고, 흥겹게 어깨춤까지 추었다. 가사의 리듬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장단도 변화시키면서 말이다.
현재는 이러한 뽕짝 리듬인 유행가를 일본에서는 엔카라고 부르고 한국에서는 트로트라고 부른다. 그런데 한국의 트로트는 일본의 엔카를 흉내 낸 왜색 가요라고 한다. 그래서 부르기를 금지당하는 수모를 겪던 시절도 있었다. 아직도 한국의 트로트는 일본의 음계인 미야꼬부시(都節)나 요나누끼 음계가 적용된 음악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현재도 이러한 비판 없는 주장들을 인용하고 받아쓴 트로트 관련 기사들이 "일본 엔카의 아류인 트로트”라고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과연 한국의 트로트는 유행가가 시작된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일본의 엔카를 흉내 낸 왜색가요인지를 탐색해 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트로트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음계인 미야꼬부시(都節)와 요나누끼 음계는 어떤 음계인지부터 알아보도록 하자(채승기 ‧ 나운영 글 참조). 일본은 19세기인 메이지(明治) 시대(1867~1912)까지만 해도 음계에 대한 정리가 안 되어 있었다. 요나누끼 음계란, 말 만들기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근대에 만든 말로서 일본 대사전과 일본 음악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신조어(新造語)이다. 즉 요나누끼 음계는 미야꼬부시의 다른 이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요나누끼(よなぬき)’라는 말의 뜻은 요(よっつ=4), 나(ななっつ=7), 누끼(拔き=빼기)로서 7음계에서 4음과 7음을 뺀 나머지 5음 음계를 말하는 것이다. 장음계의 경우는 도 레 미 파솔 라 시중에서 ‘파’와 ‘시’를 빼면 되고, 단음계의 경우에는 도 레미 파 솔라 시 중에서 ‘레’와 ‘솔’을 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장음계의 경우는 ‘도 레 미 솔 라’, 단음계의 경우에는 ‘미 도 시 라 파‘의 5음 음계가 되는데 이것을 ’요나누끼 음계‘라고 하는 것이다.
1938년에 동경에서 발행된 음악사전에는 미야꼬부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1892년에 우에하라 로꾸시로라는 음악 이론가가 쓴 책 속악선율고(俗樂旋律考)에서 처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