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명일 문병을 다녀왔다. 나찬희, 이창훈 그리고 나.
교통체증을 감안하여 넉넉하게 출발했건만 엄청나게 밀리는 데다 길을 조금 헛갈려하고 주차하느라 애를 먹어 결국 20분 이상 지각을 해버렸다.
찬희와 통화하고 8층 병실로 찾아갔더니 안보인다. 명일이도, 나찬희도.
이게 왠일인가 싶어 간호사실에 물어보니 잘 모른단다. 전화를 하니 찬희는 병실로 오지 않고 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오랫만에 보는 창훈이는 아직 다리를 절고 있더군. 얼굴빛은 좋아보였는데, 당 수치가 높아 5월부터는 절주, 절연(?)에 들어갓다고 한다. 그래서 얼굴빛이 좋아졌다고.
다시 병실에 들어가 쭈삣거리며 찾는데, 간병인 아주머니가 누굴 찾느냐고 묻는다. 김명일시라고 하니까. 이분이라고 알려준다. 문깐 쪽에 옆으로 누워있었는데, 못 알아본 것이다. 원래부터 얼굴이 홀쭉한 편이었는데, 어찌나 홀쭉해졌는지 알아보기 힘들다.
눈을 뜨고 있기에 말을 걸어봤는데,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주머니가 자세를 바꿔준다면서 똑바로 누이자 아픈지 신음소리를 약하게 낸다. 정면에서 보니 이제야 얼굴을 알아보겠다.
갔을 때는 마침 가족들이 아무도 없고 간병인 아주머니만 게셨다. 부인에게 전화해 보더니 어딘가 들렸다 좀 늦게 온다고 하더군.
조금 일찍 의식이 또렷할 때 왔었어야 했는데...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든다.
췌장암... 아주 고약한 암이지. 전에 옆집 남자가 앓다가 죽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서 너무 절망적인 생각이 든다.
어제는 다리만 조금 부어보였다. 배쪽에도 복수가 찼었는데, 빼주었다는군.
상황이 너무 절망적이긴 하지만 거짓말처럼 떨치고 일어날 수는 없을까?
김명일, 최후의 힘까지 쏟아내어 병마를 물리치고 일어나라!
쌍호ROTC15 동기 김광동 글 옮김
2사단 쌍호 17연대 1대대 3중대 소대장 김명일은
건국대학교 ,건우회에서 활동했던 동기입니다.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