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호 여름별장에서
최천숙
한여름의 녹음 사이로 비추이는 햇빛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화려한 조명등처럼 중심은 희고, 사방으로 뻗은 빛줄기는 무지개색이다. 고개를 움직이면 산데리아 처럼 여러 개의 유리알이 모여 빛을 뿜어낸다. 그 아름다움은 글로, 그림으로, 사진으로도 모두 표현 할 수 없다. 직접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자연의 선물이다.
나는 접이식 의자를 단풍나무 아래 펴 놓고 앉아 고개를 들어본다. 별모양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비친다. 별무더기가 한낮에 내려 온 듯하다.
여름나무들의 잎이 무성하여 이름 부르기가 쉬워졌다. 단풍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오동나무, 뽕나무, 덩굴나무 등이 넓은 땅에 군데군데 심겨져 있다. 덩굴나무 아래에는 평상이 놓여있고, 등을 달아두고 모기장까지 설치해 두었다. 보라색 꽃송이는 언제쯤 볼 수 있으려나 기다려진다.
이곳은 우리 쌍호 클럽이 하계휴가를 보내기 위해 모여드는 여름별장이다. 집주인은 우리가 편안하고, 즐거운 휴가를 보내게 하기위해 많은 준비를 하였다. 야외에서 사용하는 온갖 조리기구, 파라솔, 외등, 대형선풍기, 오디오, 비디오까지 설치해 두어 멋진 가든파티를 기대하게 한다. 나이 들어 은퇴하면, 모두 모여 함께 살자고, 전에 입버릇처럼 말했던 곳이다.
농원을 하는 친구가 부레옥잠을 가져와 연못에 던져 넣었다. 이리 저리 넣었는데도 신기하게 한곳으로 몰려 무리지어 떠있다. 하천에 나가 그물로 잡은 피라미를 연못에 풀어 넣었다. 부레옥잠이 꽃을 피우고, 피라미가 자라고, 작은 오리도 키우면 보기 좋겠다.
친구들이 사방에서 속속 모여드는 동안, 나는 주변을 돌아보려고 밖으로 나섰다. 큰 하천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산책길이 길게 놓여 있었다. 저 멀리 자전거 타고 길 따라 올라가는 친구가 보인다. 하천에는 돌다리 ,강둑,나무로 만든 다리들이 놓여 있어 양쪽을 연결해 주고 있다. 그리고 경춘선 전철이 지나가는데, 청량리역에서 출발하여 춘천까지 간다고 한다. 하천에는 물이 많지 않아 바닥이 드러나 보였다. 물은 나무뿌리 풀등의 수초가 엉켜 녹색을 띠고 있었다. 하얀 새가 원을 그리며 하천 주변을 맴돌고 있다.
백로다. “일로연과도”에 나오는 해오라기이다. 5년 전 부터 취미로 배운 민화속의 소재들의 실물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새의 모양 꽃이나 잎들은 실제로 어떻게 생겼나 하고 유심히 드려다 본다.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돌다리로갔다. 모래 위에서 먹이를 찾는 것처럼 보이던 새가 두 날개를 펴고, 휙 날아 간다. 몸 전체가 하얗고, 긴 부리만 연한 황색이고, 길고 가는 다리는 검은색 이었다. 목이 구부러지도록 긴 것이 그림 속의 백로와 같이 생겼다. 一鷺蓮果圖(일로연과도: 한 마리의 백로와 연꽃의 연밥이 그려진 그림)와 一路連科圖(일로연과도: 한번 나가서 과거에 초시 복시 연달아 합격하라)발음이 같아 그런 염원을 담은 민화이다.
산책길 주변에는 버들강아지가 이리 저리 날리고, 노란 달맞이꽃이 고개를 쑥쑥 내밀고 있다. 가까이에서 보니, 현미경으로 본 눈처럼 생긴 흰 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는 위로, 참새 보다 작은 새들이 날아다니다 작은 나무 속 으로 들어간다. 나무에 새들이 소복하게 있어 무슨 나무인가 궁금하여 잎을 두어장 따 가지고 왔다.
오늘 저녁 가든 파티의 주 요리는 바베큐이다. 돼지고기 목살에 여러 향신료로 조미하여 숯불에 구워낸다. 한쪽에서는 춘천에서 가져온 닭발을 매콤하게 볶아낸다. 밭에서 따온 상추 깻잎 고추를 마늘과 소쿠리에 담아 올린다. 모두들 식탁에 둘러앉거나 주변에 서서 술잔을 중앙으로 모았다. 회장이 덕담 몇 마디 하고, 우리는 “건강을 위하여“하며 축배를 들었다. 건강이 제일이지. “강한 친구, 전투형 강군, 대한 육군”을 외치던 그 시절이 그립다. 우리는 서로 잔을 부딪히며 소리가 나지 않으면, 입으로 “짠”하고 건배했다. 집주인이 영화를 보여주었는데, 야외에서 보니 집중이 되지 않아 인기가 없었다. 흑백의 명화보다“맘마미아”같은 뮤지컬이 좋았을 것 같다.
깜깜한 밤에 무거운 빗소리도 우리의 대화 속에 묻혀 버리고, 눈앞에서 전철이스크린처럼 휙 지나가고 다시 깜깜하다. 집주인이 아끼는 와인을 골라 얼음에 담궈 가져온다. 술과 대화를 좋아하는 몇몇이 모여 앉았다. 와인 맥주 소주 탄산음료를 기호대로 따르고 잔을 모은다. 나는 잔을 부딪치며 마시는 걸 좋아한다. 영롱한 소리를 들으며, 마주치는 눈빛에 정감이 들기 때문이다. 건강얘기로 시작하여 정치얘기로 끝났다. 국민으로써 정치에 관심을 두어야하고, 훌륭한 대통령이 선출되도록 기원해야 한다. 국민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줄 인물을 뽑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발전시킬 의무를 가져야 한다. 열 명도 안 되는 친구들 하고도 의견이 다르고, 더구나 항간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믿고 있다. 이런 마당에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친구를 설득하지 못하면, 누굴 설득하나 싶어 목소리를 높혔다. 요즘 세상에 남녀 구분이 통하나. 똑 소리 나는 여성이 얼마나 많은데...
지난밤 쏟아지는 빗소리에 잠을 잘 못 이루었건만, 아침에 비추이는 밝은 햇살이 반갑다. 집주인이 요리책을 들이대며 먹고 싶은 거 고르라고 한다. 만들어 준다고.오디오에서 귀에 익은 올드 팝송이 흘러나온다. 커피 한잔에 정성껏 만들어 준 샌드위치를 먹으며 즐겁게 여름휴가를 보낸다.
2012년 8월
http://cafe.daum.net/ssangho15?t__nil_cafemy=item
사진좀 보려했더니~~쌍호카페 개방하시라요~~~~
쌍호친구들과 노후를 함께 하려고
준비한 곳이랍니다.
나는 어느 소설을 옮겨다 놓은 줄 알고 ...... 문동기 이번 기회에 문단에 한 발 내 미는 거요?
기왕지사 쌍호 여름별장 소개하는 김에 확 풀어 뿌러~!!!
김홍배 어부인 글이요~~~~~~~
최천숙씨는 수필가입니다.
아름다운 글이네요.
솔솔 이야기 꽃을 피우는 여성의 여린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정감어린 글 잘 읽었습니다.
문둑 쌍호가 부럽다. 멋지다!! 우리에겐 이런 팀들이 많을 수록 좋다!@!! 글이 프로네요. ㅎㅎㅎㅎ 좋은 느끼므로 물러섭니다. 감사!!!
사진도 함께 올렸으면 좋으련만 ㅉㅉㅉㅉㅉㅉㅉㅉ
너무~너무 좋더라~
ROTC 15기라면 누구나 환영한다던데~
단, 미리 통보해 주셔야 준비를 한다더구먼..
그때 사진 한두장 소개합니다...
기분좋은 여름휴가를 보낸 느낌입니다.
멋있는 여름별장을 언제쯤 모든 동기들에게도 개방하려나..
충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