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9일 금요일
일년중 가장 더운 날씨에 온 국민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떠나는 한 여름철 주말에 실로 떠난지 34년만에 처음으로 젊은 한때를 보냈던 15사단 승리부대를 15기 동기 8명과 1명의 부인과 함께 1박2일로 다녀왔습니다.
아침 8시 석중건 총동기회장이 제공한 미니버스를 타고 강남역을 출발하여 경춘국도를 달려가다가 지나는 길에 강원대출신 15기 동기가 일하는 가평 연인산의 온천펜션 개발현장을 이명희 동기의 안내로 잠시 들러게 되었습니다.
약 십년전에 우연하게 온천수를 개발하게 되어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간 여러 어려움에 대해 자세한 브리핑과 함께 이제 펜션공사가 거의 마무리된다는 애기를 듣고 잘 되기를 바라면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말로만 듣던 캬라멜고개를 넘어 11시반경 사창리 27사단을 지나서 12시경 드디어 화천군 사내면 명월리 15사단 정문을 통과하여 36년만에 처음 감개무량하게 “대성산 이상무” 사단본부에 발을 디뎠습니다.
36년전 6월말 어느날 춘천역에서 한진전세버스편으로 북으로 북으로 비포장길을 달려 가슴떨리게 도착한 바로 그곳. 아직도 모든게 기억 그대로였는데 사단정문과 연병장을 지나 사단본부에 도착하니 사단 군악대가 우렁찬 군가연주와 함께 부사단장, 참모장 그리고 여러 참모들이 나와 우리를 정성스레 반겨주었습니다.
당초 방문을 예정했던 인원보다 적어서 다소 실망하는 눈치였지만 휴가중인 사단장을 대신하여 육사 40기인 부사단장과 알오티시 26기인 참모장의 안내로 장교식당에서 맛깔난 콩국수를 먹으면서 반가운 덕담과 군경험 얘기를 함께 나누면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식사가 끝난 후 사단본부로 가서 부대의 역사와 역대 사단장 프로필 그리고 사단을 소개하는 영화를 관람하고 이어서 역사관으로 가서 현역시절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사단의 모든 것들을 속속들이 보고 또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625 전쟁 당시 지금의 강원도 고성지방까지 북진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부대가 15사단이었고, 그 때문에 1952년 당시 이승만대통령께서 친히 “승리부대” 라는 칭호를 내려주셨다는 일화를 시작으로 한번도 진적이 없는 승리부대의 위상을 포함하여 약 한 시간동안 사단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난후 우리가 하룻밤을 묵을 보충중대 막사로 안내되어 여장을 풀고 지급받은 군복상의를 입고 헌병선도차량의 칸보이로 최전방에 위치한 승리전망대로 출발하였습니다.
명월리 사단본부를 출발하고 보니 과거 그토록 지겹던 비포장도로는 말끔히 포장도로로 바뀌었고 군데군데 보이는 관사도 새단장한 아파트로 지어져 보기에 좋았고, 고개를 넘으니 많이도 변한 다목리 마을이 나오고 수피령 고개를 넘고 육단리 마을에 다다르니 산의 모습은 옛날 그대로인데 나무가 너무 우거져 멀리서 그 모습을 알아볼뿐 모두가 말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듯 하였습니다.
육단리를 지나 마현리 민통선쪽으로 차를 돌리니 전방에 천불산이 우뚝 서있고, 당시에는 없었던 농작물 비닐하우스가 여기저기 많이 있었습니다.
민통선 초소를 지나 조금 가다가 왼쪽으로 길을 꺾으니 그 옛날 마지막 군생활 5개월 남짓을 보냈던 GOP능선이 눈에 갑자기 나타나고 능선에 오르니 그때 그 당시 오직 밤낮으로 철책을 지키던 그 곳이 있었습니다.
1999년에 만들어진 승리전망대에 오르니 155마일 휴전선의 정중앙에 위치한 전망대로 북으로는 오성산과 아침리 마을을 조망할수 있는 위치로 대대장과 중대장들이 전부 나와서 우리를 안내해주었습니다.
날씨가 흐려서 전망은 그리 좋지 않았으나 그래도 눈에 익은 그 곳이라 어디가 어딘지 전부 기억해낼 수가 있었고, 그때 그당시 아슬아슬했던 추억담과 함께 우리가 기억해낼 수있는 모든 얘기들을 대대장과 중대장들에게 들려 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곳의 모습은 34년전 어느 추운 한겨울에 그 곳을 처음 갔을때 그대로 내가 맡았던 제 2 GOP 통문은 그대로였고, 적 GP와 가장 가까웠던 아군 GP는 그대로였으나 그 험하디 험한 절벽에 가까운 철책은 전과 달리 GP로 연결되는 철책으로 바뀌어져 더 앞으로 나가서 설치되어 그간의 세월 흐름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흐르는 남대천(지금은 화강)과 원산으로 가는 경원선 철로와 역사, 김신조일당이 묵었다는 김신조바위, 식량이 부족해 농토개간을 위해 비무장지대 남쪽까지 내려오는 북쪽의 어려운 사정들, 그리고 최근 김정은이 최전방에 방문했다는 오성산 등등 많은 얘기를 전해 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아쉬웠지만 안내해준 장교들과 사진촬영을 끝으로 전망대를 뒤로 하고 출발하여 민통선안 민촌앞 도로를 달려 말고개를 넘어 중고개를 거쳐 삼거리 (지금은 봉오리)에 도착하였는데 옛날에 우리가 근무하던 때와는 달리 철책근무는 같은 연대내에서 대대끼리 교대근무를 하게 되어 내가 근무하던 50연대는 후방연대로 삼거리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오가는 도중 중간 중간에 신병교육대와 유격장, 사단휴양소, 사단사격장 등등 모든게 변하지않고 그대로였으나 내가 1년반 가까이 근무했던 다목리 대대막사 옆에는 그 당시 없었던 이외수 소설가의 감성마을이 새롭게 들어서 있었고, 대성산방향으로 있었던 전투지원중대는 흔적이 사라져 건물잔해만 남아 있었습니다.
사단본부로 돌아오니 비가 제법 굵게 내리면서 전방의 운치를 더했고, 저녁식사를 병영식당에서 하게 되었는데 병사들과 같이 배식을 하면서 정말 맛있는 식사를 하였습니다.
알찬 반찬에 맛있는 국거리 등등 그리고 병사들의 자유스러움을 통하여 과거에 느껴보지 못했던 병영의 분위기를 식사시간을 통해서 엿볼수 있었고, 전방이기는 하였지만 막사는 현대식 건물로 지어져 병사들이 한 건물내에서 평온한 병영생활을 할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수가 있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더운 물로 샤워를 하고 사단내를 돌아보고 싶었으나 천둥과 번개, 쏟아지는 빗소리에 포기하고 내무반숙소에서 모여 조촐한 회식을 하면서 묻었던 얘기들을 나누었고 서로의 친교의 시간을 가지고 나서 열시반쯤 취침에 들어갔습니다.
다음날 토요일 아침 다섯시경 울어대는 장닭의 꼬꼬댁소리에 기상하여 산속 아침의 싱그러움을 만끽하였고, 멀리보이는 동양화 화폭의 그림이 지나가는 아침 구름속에 산능선이 아른거리는, 도시에서는 도저히 볼수없는 풍경화를 보면서 병영식당에서 병사들과 함께 조식을 하였는데 그 메뉴가 어찌나 다양한지 ...
햄버거빵, 치즈, 야채사라다, 스테이크판 고기, 소스, 우유, 크림스프, 음료수 등등 영양만점의 아침식사를 하였고, 이어서 사단본부앞에서 참모장으로부터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15사단방문기념 사진명패"를 하나씩 받고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여덟시경 사단을 출발하여 다목리와 육단리를 거쳐 철원으로 향하게 되었는데 뜻밖에도 철원의 전 총동기회장 고기영 동기가 준비해준 프로그램으로 하루내내 안보와 역사탐방을 하게 되었습니다.
철원 문혜리에 도착하여 아침 9시부터 고기영 동기의 고향후배이기도 한 여성 문화해설사의 안내로 맨처음 한탄강의 절경을 보면서 27만년전 생성된 용암분출로 만들어진 한탄강의 역사유래를 설명들었고, 이어서 청성부대 6사단의 최전방 철책안으로 들어가서 1975년에 발견된 제2땅굴을 방문하여 안보탐방 (갱도왕복 1키로)을 하였고, 이어서 평화전망대를 방문하여 전방의 저격능선과 오성산, 아이스크림고지,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이야기,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후고구려 견휜의 태봉도읍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가는 도중 차안에서 철원의 역사와 오대쌀의 특산물, 그리고 철새도래지, 일제시대의 철원모습 등등 철원의 역사 이야기와 그리고 과거 철원의 도심지의 모습을 볼수있는 병원, 법원, 은행, 학교터를 탐방하였고, 625 전쟁 직전에 완공된 러시아풍의 노동당사의 거대한 건물, 월정사 역사의 “철마는 달리고싶다”, 그리고 GOP통문에 위치한 철새두루미 박물관에서 새들의 생활상 설명 등등 ....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최전방 각지를 다니면서 아들과 같은 군인들을 보니 정말 어린 아기와 같은 느낌에 참으로 든든한 생각이 들어서 초소마다 작지만 조그만 선물을 주기도 하였고, 비록 지금은 남쪽에 위치해있으나 과거 해방후 한동안 북쪽에 위치해 있었던 철원의 분단역사와 그 지형의 중요성에 대해 또한 많은 것을 느끼고 들었습니다.
오전내내 문화해설가와의 안보탐방을 끝내고 고석정 근처 식당으로 돌아와 점심식사를 하고 있으니 내년 6월 지자체 선거를 준비중인 총동기회 고기영 전임회장이 찾아와 자리를 함께 하였습니다.
고기영 동기는 철원 토박이출신으로 15사단 근무당시 헌병장교로 생사고락을 같이한 15기 동기로, 그간 현대건설 전무로 근무하다가 최근 내년선거를 위해 철원에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모처럼 만난 동기들을 위해 점심식사도 대접해주고 식사를 마친후 철원의 명소를 직접 안내해주는 수고를 하였습니다.
최근 많은 비로 인해 한탄강에 물이 많이 불어나 근처 직탕폭포로 갔으나 폭포의 웅장한 광경을 볼수가 없어 아쉬윘고, 이어서 고석정 정자에 들러 휘돌아가는 물굽이속에 조선시대의 임꺽정 이야기를 들었고, 철원시내를 가로질러 남쪽에 위치한 삼부연폭포의 시원한 폭포의 물줄기를 보고나서야 이틀동안 추억과 안보와 역사탐방을 마치고 고기영 동기와의 아쉬운 작별을 하였습니다.
비록 길지않는 시간이었고 멀지않는 곳이었지만 삼십년넘게 단 한번 쳐다보지도 않았던 그때 그곳을 작년에도 찾았던 석중건회장의 말을 빌리면 “매년 올때마다 그 느낌이 사뭇 다르더라”고 하였던 바, 이제 내년이면 환갑인 우리네 동기들이 내년에 더 많이 다시 찾게 된다면 또다른 느낌을 가질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돌아오는 길에 포천 백운산에 등산간 15기 동기들과 만날려고 연락하였으나, 결국 만나지 못하고 모처럼 이동갈비집에서 저녁식사를 석회장이 쏘는 바람에 푸짐하게 먹을수가 있어서 좋았고, 식사하는 자리에서 서로들 느낀 소감을 한마디씩 하면서 행사를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따라나섰던 이번 행사가 참여자가 적어 조금은 아쉬웠지만 석회장의 물심양면으로 헌신적인 지원과 이명희 총동기회 정보위원장의 철저한 준비를 통하여 이런 행사에 참여한 것에 대해 충심으로 감사드리고, 내년이고 언제고 이런 기회가 점점 많아져 우리의 흔적을 소중하게 할수 있는 기회가 더욱더 많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감사합니다.
글쓴이 : 15사단 50연대 4대대 15중대 2소대장 권오열 예비역중위 / 2013년 8월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