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류의 원형을 쫓아 그 때로 돌아가서 나를 체험하는 것이자, 끝임 없이 변해가는 나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고정불변의 과거가 아니라 창조라는 키워드로써 아직도 팔딱거리는 생각들에 대한 꿈틀대는 현재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필자 자신의 끊임없는 내면의 갈등과 싸우면서 자유롭게 풀어가고자 한다.”라고 말하였다.(이어령 글 참조)
최근 들어 많은 K-컬처의 성과와 관련한 소식들이 전해온다. 이것은 끝없이 창조적 사고를 멈추지 않는 국민적 결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글은 우리 국민이 갖고 있는 창조력의 비밀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 여정의 글은 내 주장을 강조하는 계몽적인 글이 아니다. 흑과 백이 공존해야 하고, 선과 악이 서로의 주장으로 의견이 팽배했으면 좋겠다. 필자는 독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듣고 싶다.
내 얘기에 공감도 하고 비판도 하면서 자기만의 논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한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상의 70억 인구 중에 나처럼 생각하는 이는 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기대로 고유의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은 소중하다고 본다. 그 생각의 행위는 곧 각자의 아이덴티티가 되고 그것이 주위에 확산되어 문화가 되며 시간이 흐르면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런 과정의 역사 속에서 무수한 기억들이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고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기억들은 세포 속에 깊숙이 박혀서 우리 삶의 흔적으로 기억되고 삶의 영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긴 역사가 될 때 전통문화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형성된 우리의 전통문화는 K-컬처의 원형자산이 되어 세계인들을 들썩이게 하고 있는 토대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토대에서 갖춰진 ‘흥과 끼’를 우리는 소위 국민성이라고 말하고 정체성이라고도 말한다.
이러한 정체성이 형성되기까지 우리는 끝없는 이항대립(二項對立)의 과정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항대립의 사전적 의미는 "의견이나 처지, 속성 따위가 서로 반대되거나 모순되는 두 가지가 이룬 짝”이다. 흑과 백이 공존하고 선과 악의 서로 다른 주장을 극복한 포용적 문화를 상징하는 용어인 것이다. 이항대립의 과정은 ‘사고(思考) 과정의 사고(思考)’ 또는 ‘창조 과정의 사고’에서 빚어진 우리 ‘내면의 이력서’이다.
이항대립은 철학자 들뢰즈와 가타리(Gattari, F.)가 제시한 관계 맺기의 한 유형이다. 관계 맺기의 전제는 현실 관계의 이면을 이루는 것, 즉 흑과 백, 선과 악을 이루는 대상들이 자유롭고 유동적인 접속이 가능한 잠재성이 뒷받침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창조와 파괴가 뒤따른다. 창조하려면 파괴하고, 파괴는 반드시 창조가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창조와 파괴는 동전의 양면으로서 서로의 인과(因果)를 인정하고 서로를 포용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국민들은 "아이구 좋아서 죽겠다”고 한다. 이와 같이 모순어법 쓰기를 즐겨한다. 극과 극의 표현을 통해서 자기 감정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모두를 포용하려고 하는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창조와 파괴는 두 톱니바퀴처럼 물려 있듯이 늘 붙어 다니지만 동시에 작용할 순 없다. 늘 시간차를 두고 나타난다. 그 순서는 파괴가 먼저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면 기존의 것을 파괴해야 한다. 그것을 ‘창조적 파괴’라고 한다. 우리나라 역사는 조용한 나라라고 불릴 만큼 변화와 개혁이 없는 듯이 보이지만, 인습의 벽에 갇힌 폐습들을 백성들의 시대의식으로 풀어냈고, 일제 강점기 등 권위주의에 매몰된 기성사회의 병폐를 국민들의 수준 높은 문화적 저항의식으로 풀어냈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의 개인화, 탈정치화, 탈이념화가 기성세대와 또 다른 갈등으로 보여지고 있는데, 진보와 보수의 이항대립을 넘어선 새로운 젊은이들의 현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를 넘어선 새로운 젊은 세대의 창조는 새로운 국가 브랜드를 창조하는 것이며, 미래 일류국가를 향한 마음으로 격려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 젊은이들이 작금의 새로운 한류를 창조하고 있지 않는가.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를 연재한 지 40회를 맞이하면서 그동안의 소회를 표현해 보았다. 다음에는 블랙 핑크와 방탄소년단(BTS)의 이야기를 계속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