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박상진의 한류 이야기”는 문화와 문명사적 테두리 안에서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를 들여다보며, 한류 문화가 미래를 향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를 염원하는데 그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총 5회에 걸쳐 이야기 하고 있는 ‘한류와 4차 산업혁명’에서의 러시아는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전략적 상대국으로서의 러시아이다.
그런데 세계는 지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서 세계질서의 새로운 개편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4강 간의 관계,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한국과 북한간의 미묘한 정세와 판세의 변화가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한류 문화가 미래를 향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창조적 ‘전략적 사고’를 통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야 황무지 같았던 문화의 텃밭에 씨앗을 뿌리고 움을 틔워서 문화의 네 기둥을 세우고 생명이 숨 쉬는 문화의 전당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이어령 글 참조)
한국인에게는 ‘궁즉통(窮則通)’, 즉 궁하면 통할 때가 많았다. 궁즉통은 몇 천 년간 강대국 사이에서 견뎌온 한국인의 창조력이자 돌파력이었다. 위기의식이 있어야 살길을 찾았다. 꼭 닥쳐야만 뭔가를 하였다. 그렇다 보니 최근에도 1년, 2년, 한 달 전에 계획한 결과물이 대부분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보통 작곡, 그리고 글쓰기도 마감이 닥쳐야만 써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다 쓴 치약을 쥐어짜듯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창조는 천재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리 대비하고 분석하다 보면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나온다. 한국인은 ‘위기는 기회다’를 진리처럼 삼고 위기의 고비마다 마치 위기가 닥쳐야 기회를 얻는 것처럼 늘 그렇게 극복해 왔다. ‘한국인은 위기에 강하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전제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생각하기에 앞서 위기를 만들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 한 명의 창조적인 사람을 따돌림 당하도록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창조적인 세력이 많이 만들어지고 서로 네트워크를 맺고 교류를 해서 결과물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정치 ‧ 사회문화적 환경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귤이 탱자가 되는 사회’라는 말이 있다. 창조적 예술가가 싹틀 수 없는 국내의 풍토를 지적한 말이다. 그러나 한국의 예술가는 비록 국내에서 탱자 취급을 받는다 하드래도 외국에 나가면 귤이 된다고 하는데, 우리 스스로 탱자 취급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미 우리나라 고유의 뛰어난 문화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쯤 해서 한류 중 K-POP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난 시간에 예고한대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어떻게 세계 최고의 K-POP이 되었는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013년 3월 26일에 필자가 KBS 9시 뉴스에 보도되었다. 그 당시 K-Pop으로 세계인들을 들썩이게 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국악 장단 중 ‘휘모리장단’으로 작곡되어진 곡이다”라고 주장했더니 뉴스에 보도가 된 것이다. 필자와 KBS와의 인터뷰 내용은, 강남스타일을 작곡한 싸이는 애초에 강남스타일을 작곡할 때 ‘휘모리 장단’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것은 아니다. 작곡해 놓고 보니까, ‘휘모리장단’이 된 것이다. 아마, 작곡자 본인은 아직도 강남스타일이 국악 장단 중 ‘휘모리 장단’인지 모를 것이다 라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