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봐야지 했던 곳!!
소양강댐 - 물로리 - 품걸리 - 소양댐으로 이어지는 춘천 봄내길 제 5코스. <소양호 나루터길>!! 2013년 5월 4일 토요일 다녀왔습니다. 소양댐으로 인해 내륙의 섬이 되어버린 산간 오지. 누구는 이곳을 다녀와서 '한국의 차마고도'라고 표현했지만, 그건 좀 과장된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길에 글을 입히는 작업!!
참으로 의미있고 정감어린 글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론 군말을 거두고 풍광만 보이는 것도 가치있는 스토리 테일링이란 생각이 들어 오늘은 가급적 표현을 줄이겠습니다. 수부도시 춘천 인근의 봄 기운이 가득한 궁촌의 정취를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소양댐 가는 길. 댐의 방류 시간이 안되었는지, 뼈속까지 시린 물을 흘러 내리던 콧구멍 다리의 형체가 횡하니 허공에 떠있다. 축축한 아침 안개 속에 젖은 채----.
떠남의 출발점. 하지만 비탈에서 살아온 산골놈에게 선착장은 시외버스터미날이나 역전만큼 익숙한 곳이 아니다. 게다가 망망대해로 향하는 것도 아니고, 다도해 섬사이를 누비는 낭만과는 거리가 먼 산간 오지로 이어진 가파른 물길. 그래서 생소한 만큼 새로운 경험에 한껏 기대를 부풀게 되는 것인지----.
물길도 길이다. 수면은 고요하고 잔잔했다. 그러면서도 깊고 깊은 계곡 사이로 우리 일행을 태운 배를 끌어 당기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풍광이 수반에 띄워 놓은 수석을 보는듯 정갈하다. 물속에 잠겨있던 능선의 등짝이 맨몸을 수면 위로 드러내 앙상하다.
40여분 물길을 달려 물로리 선착장에 도착!(물이 적어 물로리 선착장이 아닌 갈골 선착장에서 하선!) 마침 이날 (사)문화커뮤니티가 주관하는 '친구와 함께 걷는 봄길' 행사 참가자들과 일행이 되었다. 승객을 내려놓은 배는 무정히 돌아서 가버린다. 바로 이어지는 외딴 산길. 기대했던 울퉁불퉁한 산길은 아니었다. 좌우에 둘러친 산은 막 새봄의 연두빛을 온천지에 뿜어대고 있었다. 여린 빛이어서 더 애잔하지만, 왕성하게 움트는 생명의 향연이라 눈이 부시다.
어디에도 길은 끝이 없다. 그 길은 다시 길로 이어져 동네를 사람을 이어준다. 그래서 길에는 수많은 사연의 글이 숨어있다.
주인은 얼마전에 떠난 것같다. 사람의 자취가 사라진 폐가는 길가는 나그네의 마음을 무겁게 누른다. 사람은 갔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삶의 이야기는 빈집을 떠나지 않고 마당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연은 의연하다. 버리라한다 내려놓으라 속삭인다. 삶은 왜 복잡한가? 곰곰히 들여다 보면 모두 내가 만든 욕심이며 미움이기 때문이다. 멈추면 비로서 보이는 것들을 어느 스님이 이야기했지만, 이 맘 때엔 연두빛 새순 사잇길로 소요음영하며 완상하는 것이 제격이 아닐까 싶다.
물걸리 이장님댁 마당에 점심상을 풀어 놓았다. 이거 맛이나 보라고 내오신 콩나물과 나물 무침의 향보다 더 진한 정성이 입안에 한가득이다. 막걸리의 텁텁한 목넘김도 제격이 아닐 수 없다
이장님네 소들----. 봄볕을 쬐느라 지나는 나그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디오니게네스의 화신인가? ㅎㅎㅎ
물걸리로 향한 길. 약속한 시간에 우리를 태우기 위해 오는 배가 미끄러지듯 선착장으로 흘러온다. 물은 고여있는데 배는 흐른다. 육지로 이어지는 통로에 정적은 깊고 맑다
다시 소양댐으로 돌아오는 물길. 어느새 아침 안개는 햇살에 녹아 물속에 가라앉았고, 하늘보다 더 푸른 담수호를 가르며 배는 달린다. 소양댐이 저만치에 반갑다
<사람들 사이에는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섬 아닌 육지 속의 섬. 소양호 나루터길!! 잠깐 스쳐 지나오면서 봄빛을 만끽한 외진 길이었지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따뜻한 숨결과 손길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 아니었던가 싶다
기회되면 그 길을 걸어봐야 하겠습니다.
게도 충청도 양반 집안 출신이던데 ...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