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천리 1

자유게시판

유정천리 1

박성렬 19 1,150

6월 13일..금요일 저녁. 17:53.

설계사무소 직원들과 현장에서 만나 입씨름을 겨우 끝내고..
임마들을 댔고 저녁이나 먹어야지 하고 있는데 헨드폰이 울린다.
13일 금요일 다 저녁에 뭔 전화냐...하고 보니
김현식이다.
울산군단 안전참모가 이 시간에 왠일이냐 하니까 서울 올라 왔단다.
아뿔사...
그냥 별일 없냐고 이런 저런 얘기나 하는건데 이놈에 주둥이가 방정이라
꼭 먼저 어디냐고 물어본다.

되짚어 봐도 참 재미없는 대화다.

박 : 니 지금 어딘데..
김 : 어 홍대앞이다.
박 : 뭐한다고 나이 환갑 다된 울산넘이 홍대앞에서 얼쩡대는데..
김 : 어..나 조카 결혼식 땜에 올라 왔는데 집이 이 근처라..
박 : 그래 누구랑 있는데..
김 : 어..후배들허구 술한잔 하고 있다.
박 : 벌써 시작하고 있다구?
김 : 엉.
박 : ....(잠깐 갈등중..)  알았다..거 있어봐라.

전화를 끊고 나니 이제야 제정신이 돌아 온다.
낼 새벽 06시 반에 팔공산 출발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곧 이어 얼마전 느닷없이 울산에 내려 갔을때 하얀 고무신 찍찍 끌고 나와
새벽부터 반갑게 맞아 주던 현식이 얼굴이 모든 갈등을 한순간에 날려 보낸다.
애라..내일 팔공산은 버스안에서 뒤비져 있자. 

퇴근길이라 이리 저리 돌고 돌아 홍대앞에 다다르니 8시가 다 돼간다.
그사이 노래방에서 한자락 뽑고 있는 넘을 다시 불러내어
전열을 가다듬고 가까운 복집에 마주하니 마치 그 옛날 병영훈련때 사선에 올라
사격 대기 할때처럼 순간 긴장감이 감돈다. 

한 잔..두 잔..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서로 묻지도 않고 그냥 폭탄주로 시작해서 폭탄주로 끝낸다.
껄껄 거리며 돌리는 술잔 속에 정이 그득 담겨 넘실 넘실 댄다.
팔공산 위로 달이 뜨든 해가 뜨든 말든...

그렇게 밤늦도록 정을 나눠 마시니 갑자기 현식이가 마누라로 보인다.
한 30년 댔구 살은 그런 마누라 말이다.
드디어 정에 취한것이리라.

현식이가 한마디 툭 던진다.
-너 내일 내 핑계대고 퍼질라카지?
지지않고 내가 질른다.
-이넘이 눈치 채삤네...
또 다시 껄껄거리며 주거니 받거니 정을 말아 마신다.

강적이다.
광주에도 이런 마누라가 하나 있다.
엄기준이라고..
거의 짐승들이다.

그러나 만나면 반갑고 편안하기가 가히 마누라와 비길만 하다.
천리길도 감히 가르지 못하는 그 정은 무엇일까..
무엇이 그토록 우리를 똘똘 엮고선 놔주질 않는걸까...

현식이와의 사격훈련을 대충 끝내고 이리 저리 돌아 집에 들어 가니 얼추 1시가 다 되었다.
5시에 알람을 맞춰 놓고 자리에 누우니
팔공산 위로 고도리가 끼욱 끼욱 날아간다.


<팔공산편은 다음편에 계속...>



Comments

엄기준
읽을만 하다~~~
임우순

술만먹으면 글이 저절로 잘 쓰여진다....술과 글은 떼어야 할 뗄 수 없는 필요불가분의 관계이지...
좋은 글 실로 고마우리....

오자진1D

연일 계속되는 술판에도 꺼떡없이 팔공산 산행 완주 - 국보급일세 그려

최해원
늦은밤 현시기가 전화로 보고할때 감 잡꼬 있었따 !!!
다음날 팔공산 삐적삐적 기어올라갈때 옆에서 한소리 했었찌 ~~~~ 고놈의 수석만 아니었따면 미쳤따꼬 기어올라 가것냐 ??
니도 대단한 국뽀끕이다 ~~~~~~ 근디 현시기가 까발리라 카는게 뭰지 알고는 있껏쩨 ??
박성렬
해원아...니도 입싼 현시기 조심하거래이~~~ㅎㅎ
김현식
워메 !! 그놈아 일기 제법 솔직허니 ,자상허니 써버렸네~~근댜 뭐가 중요한 대목이
빠졌구먼...에라~~일단 접자~~하는짓 바서 까벌릴 것인가 말것인가 쓰것다..
암튼 까벌린다고 결정되면 기현이 자네것도 같이 벌릴 거인즉..항상 긴장 하거래이...
해워니가 조은 그림도(?) 가지고 있구먼`ㅎㅎㅎ~~~~기주나 닌 알제..언제고 불리하면 sos하거래이..해워니 그림 간수 잘허고 외출시 또는 잘때 반드시 시건 해놓거래이..내건 오리발하면
증거 불충분으로 귀찬아 지지만 니건 닭발이 안통하는것 아니냐 ㅎㅎㅎ 


 
이기현

박수석 우리 조신해야 되것다....  무시버라..
울산군단장 해원, 전라수군 통제사 기준, 현식이가 모두 합동으로 수류탄 투척할랴...

박성렬
모한다...지기들 쪽팔리는 일이라...ㅎㅎ
김현식

그래 이 친구야~~!! 그랴서 아직 못 까발리고 있다..애그 그놈에 쪽 때문시~~~~

이기현
아님, 울산 침투조 선발하여 확보작전을 전개해야겠네..
박성렬
현시기 털어봐야 고무신 한짝 밖에 안 나온다..ㅎ
홍융기
까발릴려면 빨리 까발려봐라...동쪽과 서쪽에서 서로 토스하지말구...허참 답답하네!
김현식
기둘리라~~실실 성렬이가 간이 배밭에 나오고 있슨께 `~???ㅎㅎㅎ
최해원
잘 ~~ 보관허구 있응께 걱쩡 말더라고 잉 ~~~~~~
엄기준

어이 유웅기~~~
아니여 뭐 벨로 거시기 헌것도 아니여어~~~
머시기 거 내가 거시기헌 사진 올리면 그 밑에다가 살짝 올리면 돠아.

정장훈

황길중이 그립다. 이럴때는 길중이 있으면 거시기한 그거 머시기하게 확 ^^^^^^ 
길중이는 먼 말인지 알것지

조주현

박수석이 올린 글 가운데 가장 압권이다.
표현과 정서가 수작이다.
국어선생 말이니 신빙성에 대해 왈가왈부 않토록----ㅎㅎㅎㅎ

임우순

여기는 유정천리 채팅방이여...많이 혀야 워드가 는다....

박두현
조교장의 서평에 동감이오!
박수석은 하는 일은 이과인데 술만 들어가면 문과로 변하는가봐!!!
나중에 이태백 삿갓(병현)도 벗하겠어 ... 숨겨놓은게 뭔디 그리 ...많이 궁금하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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