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포에서 보낸 여름휴가 -cafe.daum.net/ssangho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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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포에서 보낸 여름휴가 -cafe.daum.net/ssangho15-

문순만 9 1,085
 연포에서 보낸 여름휴가
                                              최천숙
  
  비 뿌린 뒤, 안개 자욱한 밤바다. 섬도, 물결도,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흐르지도 않고 멈춰 장막을 친 듯 시야가 흐리고, 뿌옇게 깜깜하다.
파도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발밑에 모래의 감촉만 있을 뿐 어둠속에 묻혔다.
모래밭에 철골로 세워진 전망대가 있어, 해수욕장이란 생각이 든다.
꿈속 풍경 같다. 옆에 있는 친구를 눈을 크게 뜨고 보았다. 그래야 보일 것
같아 서다. 미지의세계로 발을 딛는 기분으로 한치 앞을 모르고 사는 인생 같단다.
처음 보는 특별한 장면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일 년에 정기모임 두 번 중 여름휴가 때 모이는 부부동반 모임이다.
학군동기로 소대장 시절 같은 사단에서 근무한 전우들로 구성되어있다. 아주 오래된 모임이라 허물없이 친하다.
올해는 이곳 충남 태안군에 있는 연포 해수욕장에 모였다. 멀리 건너편 바닷가에 불빛이 총총히 켜져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다. 야외에 스테이지를 마련한 주점에서 맥주 한잔씩 하며 노래에 몸을 싣고 춤추며, “무인도” “고래사냥” “그대 그리고 나”를 목 놓아 불렀다. 팬션 안에서 잠을 청하던 사람들은 잘 수가 없었을 거다.
 
  간밤에 비가 무섭게 내리더니, 오늘은 하늘이 흐리긴 하지만, 날이 밝다.
해수욕장 정경이 한 눈에 보인다. 주변은 소나무로 둘러 쳐져 있고, 해당화가 피어있다.
바다 가운데 사람머리처럼 솟아오른 섬에는 해송이 가득 차 있다. 그 뒤쪽으로 바위섬이 보인다. 파도가 부딪히며 흰 물거품을 내 뿜는다. 회색 하늘과 바다 빛이 같아 하늘과  바다가 하나 되어 있다. 방파제 위에는 낚시꾼이 둘 셋 모여 앉아 있고, 안쪽으로는 고기잡이배가 나란히 들어와 있다. 젖은 모래위에 갈매기가 먹이를 찾는지 두리번거린다. 부리 끝이 색깔도 다른 것이 무척 날카로워 보인다. 흐린 하늘 위에도 꾸르륵 소리 내며 날고 있다. 두 팔을 크게 벌리고, 포근하게 안고 있는 둥근 모양의 연포이다.
 
  모래가 너무 부드럽고, 물빠짐의 감촉이 좋아 맨발로 해변을 걸었다. 발목에 와 닿는 바닷물이 차지 않다. 난류가 마지막으로 돌아 나가는 곳이라 물이 따뜻한가보다. 바다 속에 잠기며 즐겁게 노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어린아이가 물가에서 놀다가 밀려오는 파도에 걸려 넘어졌다. 할머니가 물에 빠진 손자를 안고 나오며, “ 바닷물이 짜지” 하신다. 두 손을 모아잡고 거니는 부부, 딸과 아버지, 모두 정겨운 모습으로 해변을 거닌다.  나는 조개를 한줌 주워왔다.
 
  불판에 조개 굽는 냄새가 난다. 소고기도 돼지고기도 굽는다. 남편들이 주로 굽고, 우리는 맛있게 먹으면 된다. 상추에 고기 올리고, 마늘저민 것과 고추와 쌈장 발라 동그랗게 모아 고기 굽는 남자들 입에 넣어준다. 마누라 눈치를 보는 건지, 건강을 걱정해서 인지, 날이 갈수록 주량이 줄어든다. 그 대신 말이 많아지나 보다. 웃고 떠들며 하루가 지나간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번갈아가며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나쁜 일이 있을 때 슬기롭게 잘 보내야한다. 친구들의 조언과 위로도 필요하겠지만,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푸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올 여름은 비가 많이 와 여름휴가 때에도 맑은 하늘을 보지 못했지만, 흐린 날이 오히려 서해안과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회색빛의 바다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들뜨지 않고, 소박하고 아늑한 분위기 였다. 우리의 이번모임도 그랬다.
 여름이 지나고, 다음 겨울모임에는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 즐겁고, 행복한 겨울을 맞이하고 싶다.

Comments

서옥하
쌍호회는 다음 카페도 있군? 참 대단들 하다! 좋은 글 감사! 그런데 작가는 어디(?) 소속(^_^)이야? 참 글 잘 쓰시네!
석중건
키가 훌러덩 크고 웃을 때면 양볼에 깊이 보조개가 패이는
작은집 형수가 나는 좋았습니다.
언제라도 우리에게 두팔 벌려 마음을 위무해주고 감싸안아 줄 것 같은 푸근한 고운시선
이 성큼 눈앞에 다가섭니다. 
최선숙형수님의시처럼흐르는 단상이 깊은 감동과 울림으로 다가섭니다
쌍호15기 동기님이 부러운이유는 긴세월 가슴에품는 애맑은향기가
이렇게 이자리에 변함없이 그시절그대로 머물수있기때문입니다.
오는가을,또 겨울에도 출렁이는 그사무침에 다시적실수있다면 또 젖어들수있다면 부부동반모임으로 영접할수있는기회가주어진다면 정말 행복하겠습니다
                 연포 하베스트비치 주인       15기 총동기회 홍보부회장 석중건
박두현
최선숙씨 글을 읽어 내려오다 맑은 수채화를 보는듯 싱그러웠는데 ...
갑짜기 나타난 석박사 댓글을 보니 금방 함박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대의 향기가 너무 찐하다는 것을 느낄 때 가끔 멀뚱멀뚱 처다보며 해맑은 웃음이 입가에 도는 이유가 떠오르다보니 ...
연로하신 부모님 건강 챙기시느라 마음에 여유도 없을법 한데~ 연포에는 연포탕이 젤 맛있는가요??? ㅎㅎ 
최해원
쌍호회(보병제 2사단 17연대 출신 15기 동기모임) 김홍배(경북대),나찬희(서울대),김원동(충남대),문순만(계명대)또 또 또 ~~~ 이런 아 ~~ 드리 모이는데 아이가 !! 
글 솜씨로 봐서 작가는 김홍배꺼 아잉가 나차늬꺼는 아일끼고 ㅋㅋㅋㅋ 순만아 니가밝키조라 !!
나찬희
우리 석부회장님, 덕분에 잘 지내다 왔읍니다. 모두들 너무 감사했지요.
글 쓴이는 우리 김홍배 장군의 어부인이신 최 천숙 여사입니다.
수필/시인으로 등단도 했지요.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오는 가을, 겨울에도 다시 가고 싶어지는군요.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 전합니더.
조주현
수채화같은 글이네요. 수채화로 그린 풍경화!! 장군의 아내로서 이리 고운 성정을 담을 수 있음이 단순한 재주가 아니라 축복임을 믿습니다. 동기회보에 수록 강추!! 입니다.
임우순
좋은 해변가 글이 좋은 추억으로 남으시길 ....좋은 글 대단히 감사합니다....
문순만
Paris 아들집에서 한달 동안 지내다가 돌아 오는 길에 연포모임이 있었다는데.....
장소 제공을 해 준 연포 하베스트비치 주인 15기 총동기회 홍보부회장 석중건에게 감사에 마음 전한다.
참석하지 못한 아쉬움 우리 그레이스최(김홍배 마누라)가 달레주었다네
박두석
우연히 들렀다가 글솜씨들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아서리....
자랑스러운 우리 동기들이다....
그리고 문순만-아들이 Paris에? 나는 큰딸이 파리1대학(구 소르본)에서 석사마치고 OECD인턴사원 근무중이며 박사(경제학) Apply중인데....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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