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영의 생활칼럼 시즌 4] 제 8탄 -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효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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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영의 생활칼럼 시즌 4] 제 8탄 -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효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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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생활하게 된 지상사 요원이나 나와 같은 교포의 경우에 부모님을 해외에서 모시고 살 수 있는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 대부분이다. 설혹 부모님을 모실 수 있는 재정적인 형편이 가능하더라도 연로하신 부모님들의 해외 생활은 언어소통 등 많은 어려움으로 주재국에 같이 살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해외 거주 자식들은 시간이 허락하면 부모님들을 현지로 초청하여 가까운 이웃 나라에 모시고 같이 효도 여행하는 경우가 빈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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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에서 현지 영어 가이드와 함께~ 


나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들과 사위로서 양가 부모님을 가끔씩 초청하여 휴가 여행이나, 단기 해외 출장 중에 틈틈이 같이 모시고 다니는 것이 너무나 기쁜 보상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1991년에 어머니의 회갑을 맞아서 장기간 먼 유럽 여행을 모시고 가는 스케쥴은 그 당시 중국공장의 바쁜 일정으로 실천할 수 없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아내가 나를 대신하여 부모님을 모시고 홍콩 출발 17박 18일의 회갑 기념 효도 관광을 다녀왔다. 아내는 이때 시부모님을 혼자서 모시고 다니며 여행 가이드의 중국어를 한국말로 통역해야 했다. 또한 현지 영어 가이드의 설명도 한국말로 통역하며, 모든 일정에서 안전하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살피는 것이 쉽지 않은 여행길이었다. 이때 아내가 기지를 발휘하여 여행 중 과로로 쓰러지신 시아버지를 구했던 일도 있었다. 

 

유럽 단체여행은 여러 나라를 짧은 시간에 돌아야 하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출발해야 했던 적도 있다. 새벽부터 바쁘게 짐을 싸는 바람에 아침도 제대로 못 드신 아버지가 관광지에서 갑자기 쓰러지셨다고 한다. 너무 무섭고 놀라서 당황하던 아내가 정신을 차리고 찬찬히 생각해보니 모닝커피를 안 드신 것이 원인인 것 같아 진한 커피 한잔을 구해다 입에 넣어드렸더니, 10분쯤 후에 아버지는 거짓말같이 일어나셨다고 한다. 아내는 그 당시 33살의 젊은 나이로 용감한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시부모님께 효도했다는 생각에 아주 뿌듯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찍 철이 들어 어린 나이에도 남동생을 잘 보살폈던 딸아이 덕에 마음 놓고 다녀올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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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에서 어머니와 조카와 함께 한 필자 


아버지께서 별세하신 후에도 나는 여행을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랑 같이 효도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었는데, 여행 중 보이지 않는 고부간의 갈등을 조금 느꼈다. 한번 다녀오면 여행경비는 엄청 깨졌는데, 효도 여행 효과는 별로 없는 것을 깨달은 아내는 해외 출장길에 내가 어머니를 모시고 단둘이서 여행하기를 권했다. 어차피 아내는 점차 회사 일로 같이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아들인 내가 비즈니스 출장 스케쥴에 맞추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가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어머니와의 여행은 미국 브랜드 'Oneida' 구매 담당 임원과 골프 약속에 특별히 요청하여 나의 골프 카트에 골프를 치지 않는 어머니를 모시고 라운딩을 하였던 일이었다.


골프를 전혀 모르셨던 어머니가 라운딩 중에 바이어와 같은 방향으로 골프공을 보내고, 퍼트를 의도적으로 실수하는 아들을 보시며 실수 한 타에 주방용품 오더가 1 컨테이너 많아지겠다며 파안대소하시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방문하는 모든 나라에 아들이 OEM으로 생산하는 제품이 진열대 위에 놓여있는 것을 보시며 기뻐하시던 모습이 하늘나라에 계신 지금도 생각난다. 또한 어머니는 나의 출장지에서 내가 바이어와 미팅하는 동안에 손주들과 말동무를 하는 가족여행을 가장 기뻐하셨다. 그래서 아내는 본인은 빠지는 대신 우리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외손녀(나의 조카)도 같이 동행하는 것을 뒤에서 주선해주었다. 그중에서도 2000년 12월경 6박 7일의 호주 여행은 당시 대학생이었던 조카와 어머니 그리고 나의 가장 인상에 남는 여행 중의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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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필자의 어머니와 아내


한편, 2013년에는 딸아이가 결혼 1년 차에 나에게 효도 여행을 어레인지하였다.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가며 홍콩과 중국의 비즈니스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 아빠와 단둘이 하는 알레스카 일주일 크루즈 여행이었다. 나와 딸아이 두 사람의 특별한 8월의 크루즈 여행은 평생 동안 잊지 못할 꿈같은 선물이었다. 2022년 5월 말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약 2년 반 동안 손녀들과 만나지 못했던 세월에 대한 보상심리로 딸아이 사위 그리고 두 손녀들과의 3대가 40여 일에 걸쳐 천천히 쉬어가며 가족여행을 하였다. 이때도 아내는 장거리 여행을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라 홍콩에 남아서 회사 일을 돌보았다. 사실 나는 코로나 사태 전까지는 방문하는 많은 나라마다 백화점의 주방용품 코너에만 들러서 모든 주방가전 제품 코너에 진열된 경쟁사들의 제품을 시장 조사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었다. 또한 방문지의 관광조차 제대로 즐기지 못하였던 나날이었으나, 이번에 딸아이가 어레인지한 장기간 여행은 나에게는 퍼스트 클라스 효도 여행이었다. 미국 달라스를 출발하여 LA, 뉴욕, 멕시코, 캐나다, 런던, 파리, 크로아티아, 프라하, 베를린, 그리스, 암스테르담 등을 같이 다니며 손녀들과 더욱 친해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딸과 사위와 여행을 하면서 여러 가지 다른 생각들을 서로 깊이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쉽게도 이번에 같이 동행을 하지 못한 아내와 중국에 거주 중인 아들 다니엘이 다음번 가족여행에는 꼭 동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격리 조치 때문에 이동이 불편한 아들을 못 만난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여행이 끝날무렵, 나는 예전에 어머니가 나에게 옛날 속담을 빗대서 항상 말씀하셨던 교훈을 딸과 사위에게 들려주었다.

 

''옛말에 부모를 잘 모시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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