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9탄- 홈쇼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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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9탄- 홈쇼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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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판매를 텔레비전 방송매체의 방식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생방송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판매하는 방식은 선진국인 미국과 캐나다에서 시작되어 유행하고 있었다.

 

1980년대에 설립된 미국의 HSN(Home Shopping Network)이나 QVC 같은 홈쇼핑 채널이 한국이나 중국에는 전혀 소개되지 않았던 시절, 한국의 홈쇼핑 선구자 박종구 회장(삼구통상)은 내가 유원건설에 근무하던 시절에 알고 지냈던 분이었고 홍콩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다.

 

당시에 박회장은 중국산 실크를 한국에 수입하여 섬유산업으로 사업을 일으키신 분이라 전통적인 사업을 벗어나 새로운 사업을 찾고 계셨고, 씨감자 사업이나 '홈쇼핑' 등 신규사업에 많은 관심이 있으셨다. 1995년에 홈쇼핑을 한국에서 설립할 때까지 사전에 시장조사차 홍콩에 자주 들르셨고, 만날 때마다 홈쇼핑 선진국인 미국의 홈쇼핑 발전 사례를 상세히 설명하시며 향후에는 한국과 중국 등에서 홈쇼핑 사업이 틀림없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셨다.

 

박회장이 홍콩을 방문하면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다 보니 우리회사 쇼룸에도 들르셨고, 주방용품을 미국의 홈쇼핑을 통해서 판매해보라고 권유하셨다. 하지만 당시에 우리Silver Star는 각국의 주요 오프라인 매장에 OEM으로 명품제품을 생산 공급하였던터라 사전 비디오 제작, 재고처리, 외상거래 부담 등이 따르는 홈쇼핑에 박회장의 조언을 당장 실행할 수는 없었다. 단지 어렵게 창업한 이야기와 비즈니스맨의 도리 등 사업의 대선배로서 흥미진진한 많은 경험담을 직접 듣는 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큰 자산이었다. 평소에 중국 음식을 좋아하셨고, 우리가족과 함께 식사할 때 비싼 샥스핀 스프를 주문해주셨던 박회장을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샥스핀 할아버지'로 기억하고 있다.

 

1995년 8월 1일에 박회장은 드디어 한국 역사상 최초로 홈쇼핑 채널(삼구쇼핑)을 설립하였고, 홈쇼핑이 피크에 이르기 전에 CJ Group에 매각하였다. 아무튼 아시아의 홈쇼핑 사업이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 아시아에 급속하게 개설되어 엄청난 발전을 이룩하였으니 일찍이 얼마나 대단한 혜안을 가지셨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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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구쇼핑 본사를 방문한 필자(제일 오른쪽)와 박회장의 아들 박경홍 대표(가운데) 

박회장은 말씀에 그치지 않으시고 행동으로 새까만 사업 후배를 도와주려고 하셨다. 중국공장에서 생산되는 우리 회사의 주방용품이 세계의 주요 오프라인 채널인 유명 백화점에 수출되는 것을 목격하시고는 앞으로는 홈쇼핑으로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리고 한국 본사로 나를 직접 불러서 외아들인  박경홍 대표에게 우리 제품을 홈쇼핑으로 판매해보라고 주선해주셨다.


물론 그 당시의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Made in China 제품은 절대로 팔 수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우리 제품의 판매는 한두 번의 방송 후 아쉽게도 실패로 끝났다.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불가능한 사업이었다.


그러한 시도 후, 본인의 경우는 홈쇼핑 판매가 그리 매력적인 채널이 아니어서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면서 한국의 제조업체에게는 홈쇼핑 판매가 일종의 인기 판매 채널로 성장하였으며 해피콜, 락앤락, 쿠쿠, 쿠첸, 휴롬 등 홈쇼핑을 통하여 성장한 업체가 대박 행진을 기록하고 급격히 성장하였다. 그리고 아시아 및 기타 시장으로 한국의 홈쇼핑 업체가 경쟁적으로 진출하였다. 특히 중국의 홈쇼핑업체의 급격한 성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였고, 홈쇼핑을 통한 소비패턴의 급격한 변화와 성장을 나 자신이 직접 느끼게 되었다.

 

그 당시 성장하는 홈쇼핑 판매 채널를 찾지 못하고, 세계시장을 OEM으로만 안주하던 본인의 실버스타(Silver Star)는 터키,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신규 홈쇼핑 회사에 판매를 시도하였으나 또 다른 장벽 중 하나인 원산지 및 역사성이 전무하여 브랜드의 판매가 불가하였다.

 

Hong Kong에서 탄생한 '실버스타 브랜드'로는 중국산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한국 소비시장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나는, 정성스럽게 새로 디자인한 제품으로 다시 한번 도전을 시도하였다. 한국에서 새로 등록한 릴랜스(Relance) 브랜드를 사용하여 만든 스테인리스 주방용품 세트는 방송 시작 후 첫 방송부터 대박 행진을 기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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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 Pino  Spagnolo와 함께 한 필자


당시 한국 홈쇼핑 최고의 주방용품 판매기록이었다. 4개월 만에 한화 약 150억 정도의 판매기록을 달성하였다. 소위 완전 대박 사건이었다. 물론 이 제품의 품질, 디자인, 포장 등은 보람 공장에서 본인이 직접 진두지휘하였고, CJ오쇼핑(이해선 대표)에서는 시장분석, 판매방송 제작 등을 담당하여 긴밀한 협업의 결과물이었다. 홈쇼핑 판매도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된 중요한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대박 판매가 나에게 큰돈을 벌게 하지는 못했다. 고급 스테인리스 원자재 사용, 인건비, 방송제작비용 등을 고려하면 남는 장사는 아니었지만 향후 본인의 홈쇼핑 사업에 엄청 큰 도움이 되었다. 


그 후 터키(Turkey)의 홈쇼핑에서 연간 50만 세트가 팔리는 히트상품인 Relance 브랜드 양면팬 제품을 탄생시켰다. 신문지상에서 우리 회사의 이름이 오르내린 대박 상품이었다. 연이어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멕시코 등 홈쇼핑이 있는 나라에서는 Relance 브랜드 방송이 24시간 계속되는 바쁜 나날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홈쇼핑도 경쟁이 치열한 산업으로 변하게 되었다. 릴랜스와 같은 Korea Brand는 더 이상 홈쇼핑 지속 성장 브랜드가 아니었다. 이러한 변화에 또다시 적응해야 했다. 한국 시장의 변화가 가속화되어 외국 브랜드가 대세가 되어갔던 것이다. 한편, 경공업 제품인 주방제조업이 사양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제조공장을 정리하고 브랜드마케팅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중국 '보람공장'을 매각하고, 100년 역사의 이태리 브랜드 Balzano를 인수하여 2013년부터 이태리 브랜드 판매 회사로서 새로이 창업을 감행하였다.

 

지금까지 중요한 순간에 매번 내렸던 판단과 결정이 상당히 옳았었다는 생각을 요즘 와서 많이 한다.

 

현재 유통 선진국에서는 홈쇼핑 산업이 정체하고 있다. 이커머스(E-commerce)의 공룡인 아마존을 탄생시켜 모든 세계의 상거래가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으며 나아가 KOL, KOC, Social Media를 통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의 새로운 형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홈쇼핑'이란 단어를 들을 때마다 나는 홈쇼핑 개인 스승(Master)이셨고 존경했던 고 박종구 회장님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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