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8탄- 발자노 브랜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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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영 회장의 생활칼럼 시즌3] 8탄- 발자노 브랜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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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을 하고 비즈니스를 한 사람들의 인생역정은 끊임없는 도전과 극복의 연속이었다.

 

나는 공산품은 한번 거래를 시작하여 공장과 바이어와의 관계만 지속적으로 잘 유지하면 Trading 비즈니스를 잘 할 수 있다고 처음에 생각했다. 하지만 바이어와 공장의 가격변동, 수요공급의 변화 등 여러 가지 상황으로 거래관계가 갑자기 끊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삼양밸브나 세실실업의 경우에도 초창기에 모든 마케팅을 혼자서 일구어놓았지만, 홍콩 현지의 비즈니스 금액이 늘어나자 본사 직원을 파견한 후에 모든 비즈니스를 이관해주어야 하는 고통스런 종말이었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중간 에이전트로서의 비운을 이런 경우에 뼈저리게 경험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몇 년간의 노력으로 에이전트를 하며 모은 자금으로 중국에 자사 공장을 건설하여 평소에 꿈꾸었던 공장의 오너가 되었다.

 

본인이 제조를 시작하였던 시절에는 중국 정부에서 외국기업의 제조업 진출에 대한 여러 가지 인센티브로 상당히 좋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제조 경쟁사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경쟁이 심해지기 시작하면서 몇 년 뒤에는 OEM 생산업체로서의 생존마저도 만만치 않게 되었다. 

 

당시에 발자노(Balzano)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었던 이탈리아 Marco Polo사의 오너였던 Marco와 부사장 Andrea는 보람 공장의 거래선 중에서 나와 특별히 친하게 지냈던 바이어였다. 이탈리아 유명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값비싼 단가 제품을 발자노 브랜드로 소량 오더를 하고 있었다. 

 

3695730634_jAsgEq9D_0c2929e877127b9f5c714fc83ba14f689c4696ce.jpg2018년 발자노 Heart Design이 홍콩 컨벤션 센터의 전시상품으로 선정되었다. 이태리 공급상과 함께 한 필자


이들과의 교류 관계로 이탈리아 발자노 공장을 드나들며 알게 된 사실은 100년 브랜드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회사에 비하여 중국같이 제조업 규모가 크지 않았고, 모든 제품 생산을 거의 자동화하여 소량 생산에 집중하고 있었다. 특히 제품의 성능이나 디자인이 확연히 뛰어난 제품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판매가격 또한 엄청 높게 책정되고 있었다. 좋은 디자인과 성능으로 만든 제품을 적은 수량에 높은 마진으로 판매하는 것이 브랜드 비즈니스의 핵심이었다. 그 당시에 나는 이탈리아 FILA 브랜드를 인수하여 세계적인 브랜드로 재탄생시킨 윤윤수 회장의 스토리에 깊은 감명을 받고 있었다. 따라서 나도 할 수만 있다면 주방 가전 제품 브랜드를 인수하여 이러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재정절벽과 맞물려서 마지막에 남아있던 몇몇 이탈리아 제조업의 몰락과 함께 대형업체들이 줄줄이 부도 처리되던 때에 나는 이탈리아 발자노 공장의 설비와 브랜드를 인수하였다. 그렇지만 강성 노동조합원의 반대로 이탈리아 오너의 회사 청산 작업 후에야 어렵게 인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한편, 브랜드 인수도 중요하지만, 브랜드를 되살리는 작업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였다. 특히 브랜드는 생선에 비유되듯이 살아있으면 가치가 있지만 활동을 하지 않으면 죽은 생선 같다. 브랜드의 역사성만 고려하여 명품으로 인식되는 시대는 이미 가고, 명품 브랜드는 이에 걸맞은 최상의 품질과 디자인이 필수였다.

 

발자노 이탈리아 브랜드의 역사와 이미지는 마케팅에 상당히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실질적으로 창조적이며 Trendy한 이탈리아 디자이너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였다. 브랜드 인수 후 브랜드에 걸맞은 세계 유명디자이너 중의 한 명인 Pino Spagnolo와의 협업을 통해서 제품개발을 시작하였다. 현재 발자노의 대표제품이 된 Heart Design 시리즈는 본인이 제조업에서 경험한 노하우와 결합하여 최고의 명품으로 새롭게 탄생하였다. 좋은 디자인도 생산기술 경험이 풍부한 제작자와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였다.


3695730634_5m0u384Y_6d993c7821b0e8cf9c017913ccede1943b790231.jpg2013년 홍콩 발자노 본사를 방문한 X5 Group의 바이어들과 함께 한 필자의 아내 정도경 대표(중간)


브랜드 인수 후 바로 시작한 소련의 최대 유통그룹인 X5 Group과의 협업은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발자노 이탈리아의 오랜 거래선이었던 러시아 최대 유통그룹으로부터 초기에 미화 약 오백만불의 오더를 받아서 선적을 하였다. 그 후에 러시아를 방문하여 매장마다 전시된 발자노 제품을 바라보며 비로소 브랜드 Owner의 기쁨을 맛보았다.

 

뒤이어 중동의 Citruss 홈쇼핑을 통해서 발자노 브랜드를 런칭 하였다. 홈쇼핑은 성공만 한다면 단기간에 브랜드 확산이 용이한 점을 고려하여, 몇 년 동안 꾸준히 적절한 제품을 개발하여 집중적으로 과감하게 판매하였다. 그리고 중동의 Arabian 셰프로 이름이 있는 Manal을 브랜드 대변인으로 영입하여 소셜 미디어를 통한 사전 홍보를 철저히 병행하였기에 명품 브랜드의 인지도를 빠른 시일 내에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홈쇼핑으로 대량 상품 판매에 따른 외상매입금의 회수 또한 엄청난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대만 시장의 런칭도 일본 히타치(Hitachi)와 공동 브랜딩으로 발자노 브랜드의 안착에 성공하였다. 인도는 사실상 접근이 어려운 시장이었으나 아마존(Amazon) 채널로 처음부터 접근하여 단기간에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이와 동시에 미국 아마존에도 발자노 브랜드 판매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최근 운임 비용의 폭등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는 일본 면세점업체인 JTC와 전략적 라이센스 제품인 '수소수 생성기'로 대박 상품을 개발하였으나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시간을 겪기도 하였다. 


아시아, 중동, 미국, 아프리카 시장을 넘어 독일 등 유럽 시장은 On Line을 중심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이미 시작하였다.


3695730634_bUpukGZK_4a982ee429d6e766b76d34fd68bb68bc2fa5d0cd.jpg홍콩 발자노 본사를 방문한 서아프리카 가나(Ghana)의 바이어 가족. 제일 왼쪽이 필자의 아들 다니엘군

홍콩의 경우는 중저가의 실버스타(Silver Star) 브랜드로 오랫동안 백화점에서 카운터를 잘 유지하였기에, 이를 기반으로 몇 년에 걸쳐 발자노 브랜드로 모든 백화점 카운터를 바꿀 수 있었다. 현재 홍콩의 20 여 개 백화점 명품 코너에 자리를 잡고 있다.

 

명품 브랜드가 전 세계의 소비자로부터 지속적인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를 끊임없이 계속해야 한다는 사실을 오늘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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